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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일해 환자 3만명, 첫 사망자도...올해 유독 급증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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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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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감염병인 백일해 환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가운데 국내 첫 사망사례가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12일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백일해에 대한 국내 감염병 감시체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첫 사망 사례다. 사망자는 생후 1개월 신생아로 기침, 가래 등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뒤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가 증상 악화로 지난 4일 숨졌다. 소아청소년은 백일해 백신을 생후 2개월부터 만 12세까지 총 6회 맞는데, 사망한 아기는 생후 2개월 미만이라 접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급 법정감염병인 백일해는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전파력이 매우 높은 편이다. ‘백일가는 기침’이라는 이름처럼 기침이 주요 증상이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감기처럼 보이다가 갈수록 갑작스럽게, 발작적으로 반복되는 기침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백신 도입으로 2001년 이후 연간 환자 20명 내외로 발생했고, 2009년(66명), 2011년(97명), 2012년(230명)과 같이 소규모 유행은 이어졌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유행 규모가 커졌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총 3만332명의 환자(의심환자 포함)가 보고됐다. 최근 4주간 환자(의심환자 포함) 수는 (10월 둘째주) 1152명 → (10월 셋째주) 1560명 → (10월 넷째주) 1795명 → (11월 첫주) 1474명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호흡기 감염병이 거의 돌지 않으면서 지역사회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백일해 유행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팬데믹을 거치면서 PCR(유전자증폭)검사가 보편화되며 증상이 경미해도 바로 검사와 치료받다보니 전체 환자 집계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백일해가 유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올해 9월까지 누적 1만395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영아 1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13만 명 이상 감염됐고 소아 22명, 성인 13명 등 3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양진선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가 유행하는 상황이라 중증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라며 “임신 27~36주의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하면,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항체가 전달되며 생후 첫 접종(2개월)전까지 아기를 보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 과장은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는 빠짐없이 2ㆍ4ㆍ6개월에 적기 예방접종을 해야하고, 그 외 고위험군인 면역저하자, 중등증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영유아의 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및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성인들도 올해 백일해 유행 상황을 고려해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접종 뒤 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2주 가량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영유아 등 백일해 고위험군과 접촉하기 최소 2주 전에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엔데믹 선언 이후 지난해부터 소아청소년의 호흡기 감염병이 끝을 모르고 유행하는 양상”이라며 “백일해의 경우 지난해에는 중고생을 중심으로 돌았으나 올해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유행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며 “어린아이를 돌보는 부모, 조부모, 돌봄종사자 등은 접종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년과 다르게 환자 규모가 커지면 백일해 균주의 변이가 나타난건 아닌지, 백신의 역가(효능) 문제는 없는지 등을 심도있는 역학조사를 통해 분석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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