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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판 ‘형제복지원 사건’에 총리 사과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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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20만명 피해

보호 시설과 병원에서 아동과 노인 등 집단 학대

피해자 대부분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경향신문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보호 시설에서 70년간 학대받은 아동과 노인 등 수십만 명의 피해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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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총리가 보호 시설에서 70년간 학대받은 아동과 노인 등 수십만 명의 피해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1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헤럴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 일”이라면서 “정부를 대표해 보호 시설에서 학대, 피해, 방치를 당한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학대를 신고했을 때 믿어주지 않아 죄송하다”면서 “(생존자) 여러분 중 많은 이들이 그 일로 인생 항로를 바꾸었고 그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럭슨 총리의 이날 사과는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 끝에 지난 7월 발표된 보호시설 학대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뉴질랜드 내 여러 보호 시설과 병원 등에서 아동과 노인 등이 집단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이어졌고, 뉴질랜드 왕립 아동학대 조사위원회는 2018년부터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7년 가까이 이어진 조사 결과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주 정부, 위탁가정,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원과 요양원, 정신병원 등 보호 시설을 거친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약 65만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약 20만명이 신체적, 정신적 학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에는 성폭행이나 강제 불임 수술, 치료를 빙자한 전기 충격 처벌 등의 범죄까지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중에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평가하고 뉴질랜드 정부, 가톨릭 및 성공회 교회 수장인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 등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138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럭슨 총리의 사과는 이 권고에 따른 것이다.

또 뉴질랜드 정부는 보호 시설 안전 개선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가해자로 판명된 사람들의 기념비를 보호 시설에서 철거하고, 무연고 무덤을 기리기 위한 작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총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지도자인 크리스 힙킨스는 호주 ABC방송에 “당시 시설에 입소하는 많은 이들이 서류 미비자들”이었다면서 “기록은 불완전하거나 고의로 파괴된 예도 있어서 진짜 (피해자) 숫자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학대 피해자에 대한 재정적 배상 계획은 밝히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학대 피해자인 파아페테 타이토는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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