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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기자수첩] 너희만 우회 하냐 나도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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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튀르키예에서 케냐로 이민했는데 괜찮으려나 몰라." 언뜻 이민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유튜브 이민'에 관한 대화다. 유튜브 이민은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이 나라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저렴한 국가 IP로 결제해 돈을 아끼는 꼼수를 뜻한다. 즉, "나 인도인이 됐어"라는 말은 인도 주소와 IP를 사용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다는 뜻이다. 주로 인도, 튀르키예, 케냐 등이 인기국가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 난민'이 급격히 늘고 있다. 유튜브 난민은 우회 결제를 시도하다 구글에 적발돼 멤버십이 중단된 사람을 뜻하는데, 결제 카드 번호로 색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경고에도 거듭 한국 국적 신용카드로 이민을 하다가(?) 아예 구글 계정 자체가 잠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면서 최근 유튜브 난민들 사이에서는 아예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 전과 없이(?) 유튜브 이민을 하는 방법이 요즘 인기다.

유튜브 이민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 유튜브 난민의 근본적 원인은 구글이 국가별 생활·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는 정책과 허술한 검증 절차 그리고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다. 그러나 유난히 유튜브 이민은 별 죄책감 없이 이뤄진다. 도의적으로 잘못 된 일이지만 유튜브 난민들은 이민을 반복한다. 도리어 당당하다. 유튜브 난민 A씨는 "구글도 세금 우회하면서 왜 난 안 되냐?"라고 책상을 쾅쾅 치면서까지 불만을 토로했다.

A씨가 불만을 터뜨린 것처럼 실제로 구글은 유튜브 이민과 똑같은 방법으로 세금 회피를 자행하고 있다. 구글은 한국 내 주요 수익을 구글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 법인 매출로 처리한다. 싱가포르는 법인세가 저렴한 국가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구글코리아는 155억 원의 법인세만 냈다. 그리고 네이버는 구글코리아 대비 30배 많은 4963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이런 세금 우회로 급기야 구글의 이름을 붙인 '구글세(Google Tax)'라는 세제 정책이 G20에서 논의 돼 시행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특정 국가에 고정된 사업장이 없어도 매출이 발생하는 글로벌 IT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결국, 돈을 아끼려는 마음은 유튜브 난민이나 구글이나 똑같은 셈이다. 도덕적 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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