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용필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정규 20집 ‘20’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정규 앨범 ‘20’은 2013년 정규 19집 ‘헬로’(Hello) 이후 11년 만이다. 2024.10.2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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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가수의 신곡이라고요? ‘레전드’네요.”
“스무 살 재수생인데 수능 아침에 듣고 가려 합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에 공개된 가왕 조용필(74)의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이다. 뮤직비디오는 12일 기준 조회 수 11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특히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착각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을 믿어보라고 했다”, “아이를 사산한 지 3개월 됐는데 노래를 듣다 울어버렸다”는 반응이다.
특히 20, 30대 호응이 더욱 뜨겁다. 한 취업준비생은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렸는데,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간다”고 했다.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다른 팬은 “직장의 부당한 괴롭힘에 버티다 못해 퇴사했는데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1990년생이라 소개한 팬는 “삶이 힘들어 곡을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스무 번째 앨범 ‘20’을 공개된 뒤 ‘조용필 신드롬’이 불고 있다. ‘20’은 그가 2013년 ‘헬로’ 이후 11년 만에 낸 정규 음반. 앞서 64세에 때 ‘바운스’를 내놓았을 때처럼 ‘가요계 대선배’ 같지 않은 도전적 행보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요계에선 “조용필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며 이제 ‘가왕’에서 ‘가황’을 노리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신보에 20, 30대가 끌리는 건 젊은 음악을 가득 채웠기 때문. 특히 새로 공개된 곡은 팝, EDM(전자댄스뮤직)을 녹인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곡 ‘타이밍’은 경쾌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사랑에는 타이밍/인생에는 타이밍/중요한 건 타이밍”하고 반복되는 소절 덕에 따라 부르기 쉽다. 신보에 트로트는 없고, 록(‘그래도 돼’), 일렉트로닉(‘타이밍’), 발라드(‘왜’)처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장르를 가득 채웠고, 젊은 세대도 호응하고 있다.
가수 조용필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정규 20집 ‘20’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정규 앨범 ‘20’은 2013년 정규 19집 ‘헬로’(Hello) 이후 11년 만이다. 2024.10.2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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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응원하는 가사도 젊은 팬이 끌리는 요소다. 특히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거엔 사랑과 설렘을 표현한 ‘단발머리’(1980년), 애절함과 그리움을 녹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를 불렀던 조용필이 어른으로서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신보에 해외 음악가가 다수 참여한 것도 음악이 젊어지는 데 한몫했다. 예를 들어 ‘그래도 돼’ 프로듀싱은 마틴 한센, 콘라드 스웰, 미첼 루이스 등 외국 프로듀서가 맡았다. 또 아이유의 가사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작사가 김이나에게 ‘찰나’ 등 4곡의 노랫말을 맡기는 등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은 옛 음악뿐 아니라 최신 해외 음악을 즐겨 들으며 시대와 호흡한다”며 “신보에 한국 아이돌 곡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만든 곡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시작해 부산, 대구로 이어지는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기존 팬에 새로 유입된 젊은 팬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매 중인 콘서트 기대 댓글엔 “50대 엄마랑 80대 할머니 모시고 3대가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 엄마의 아이돌. 엄마 모시고 같이 간다”는 반응이 달리고 있다. 소속사 YPC 관계자는 “이미 서울 공연은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외곽 좌석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조용필) 선생님이 전 객석을 다니면서 음향이 제대로 들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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