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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도 넘은 포장이사 서비스…“일방적 일정 변경에 술값 요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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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최근 3년간 포장이사 피해 1만건 넘어

화물 파손이 대다수·배상 합의 등은 37% 불과

울산에 사는 A씨는 2022년 2월 190만원에 포장이사 계약을 하고 계약금 1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사 당일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이사업체 직원들은 오지 않았고 연락을 하자 업체 측은 이사 진행이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업체를 불러 겨우 이사를 진행했다. A씨는 이후 해당 업체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이를 거절했다.

대구에 사는 B씨는 2021년 12월 210만원에 포장이사 계약을 했다. 이사 당일 계약 당사자인 B씨 없이 B씨 가족이 이사를 진행했는데 업체 측 작업자가 갑자기 약정하지도 않은 사다리차 추가 비용 15만원에 작업자 술값 등 기타 비용으로 5만원을 추가 요구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사전 협의 없이 가족들에게 청구한 15만원에 대해 환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거부했다.

이처럼 포장이사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한국소비자원이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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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사. 연합뉴스


소비자원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포장이사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을 분석한 결과 총 1만94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피해구제 건은 13.6%인 1493건에 불과했다.

피해 사유는 화물 훼손·파손이 1044건(69.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계약 위반 152건(10.2%), 분실 101건(6.8%), 부당요금 53건(3.5%) 등의 순이었다. 부당 요금은 계약 사항에 포함된 이사 비용 외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다.

문제는 피해를 입었을 경우 업체 측이 배상하거나 수리·보수, 환급, 계약이행 등 합의한 사례가 563건(37.7%)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데 있다. 사업자 주소지가 불명확하거나 사업자가 연락을 회피해 합의가 안 된 사례도 많았다.

실제 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플랫폼을 통해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600명을 설문한 결과 33.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손해배상을 받은 비율은 18.9%에 그쳤다. 배상받지 못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51.5%가 ‘배상 절차가 까다롭고 불편해서’라고 했다.

소비자원이 주요 포장이사 서비스 플랫폼 13개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의 법적 지위나 분쟁해결 기준을 고지하지 않거나 이사업체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플랫폼은 상호, 대표자 성명, 주소와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등의 신원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표시해야 한다.

또 플랫폼은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별도의 화면으로 고지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견적과 계약, 포장·인도 등에 관한 약관, 분쟁의 상황별 책임과 보상 산정 방법, 이사화물 사고확인서의 상세 내용, 분쟁 접수시한 및 처리기한 등이 포함돼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계약체결 등 이사업체의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며 “포장이사 서비스와 관련한 실효적인 분쟁 해결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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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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