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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SKY는 욕심, 인서울 합격을”…‘수능 대박’ 기도발 3대 명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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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욕심이라는 걸 알고 계시니, 아들이 인서울권 대학만 붙게 해달라고 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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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는 소원을 이뤄준다는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마애불을 찾은 이는 100여명, 이중 수능 수험생 학부모들은 30여명이었다. 이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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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조경애(57)씨는 인천 강화군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마애불)을 7일째 찾았다. 강화도에 숙소를 잡고 매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마애불 수능 100일 기도회에서 아들의 대학합격을 빈다. 조씨는 계단 419개를 하나하나 정성껏 오르고 소원을 빌어야 효과가 크다는 소문 때문에 20~30분 정도 산을 오른다고 한다.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마애불을 찾은 이는 100여명. 이중 수험생 학부모들은 30여명이었다. 이들은 불상 앞에서 절을 하거나 인근에 동전을 붙이며 소원을 빌었다. 윤종현(52)·박희연(51)씨 부부는 “‘수능 대박’ ‘수시 합격’ 등의 문구가 적힌 흰색 대초에 불을 켜며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며 “기도를 위해 휴가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대입 성공을 위해 종교시설을 찾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10일 기준) 보문사 수능 100일 기도 접수 건수는 863건으로, 2022년 737건과 지난해 666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강화도 낙가산에 있는 보문사는 수능을 앞두고 전국에서 불공을 올리려는 학부모가 모이는 명소다.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수관음영지로 꼽히는 곳이어서다.

조계종 관계자는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능기도와 관련된 공식 통계는 없다”면서도 “사찰마다 수능기도 접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문사 관계자도 “과거와 달리 평일에도 찾는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며 “수능 당일에 진행하는 회항 때는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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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광림교회에는 수능 40일 기도를 위해 수험생 학부모 신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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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앞두고 많은 학부모들은 교회와 성당도 찾았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광림교회에는 수능 40일 기도를 위해 신자 50여명이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찬송가를 부르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문을 읊었다. 최모(51)씨는 “재수생이 많다고 해서 아들이 걱정된다”며 “40일 기도 첫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회를 찾았다. 아들의 수능 성적만 좋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천주교 휴무일(월요일)임에도 ‘수능 100일 기도회’ 학부모 50여명은 서울 양천구 목5동 성당 소성전의 불을 밝혔다. 이들은 수능 D-100일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50분씩 수능 기도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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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양천구 목5동 성당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신자.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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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 책자를 쥔 최정윤(47)씨는 “오히려 나의 위안을 얻는 시간이었다”며 “세속적인 욕망을 위해 아이를 채근하기보다 성숙한 부모의 태도가 무엇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100일 기도 외에도 하루 20분씩 성모상 앞에서 추가로 기도했다는 정모(75)씨는 “‘고3 손자가 떨지 않고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며 생각 날 때마다 ‘총알 기도’를 틈틈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림교회 관계자는 “40~50여년 전 작은방에 모여 4~5명이 수능 기도를 했다. 수능 기도 신자들이 매년 증가했다”며 “수능이 다가올수록 참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5동 성당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능 100일 기도회’에 등록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며 “그런데도 작년보다 참석자가 10명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Z세대 수험생, ‘일타강사’ 포카로 합격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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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험생들은 유명 아이돌, 유명 강사 등의 포토카드를 지닌 채 수험장을 향한다.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바램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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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인 수험생들은 “수험 대박”을 위해 각각 개인 취향에 맞는 물건을 찾는다.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는 포토카드(포카)가 대표적이다. “성균관대 합격 기원한다”며 성균관대 출신 배우 차은우의 포카를 지니는 식이다. 유명 일타 강사의 포카로 합격을 빌기도 한다. 각 대학을 상징하는 키링을 가방에 달거나 대학 로고를 문제집 등에 부착하는 학생도 있다.

고3 수험생 양모(18)양은 “이지영 선생님 강의 덕분에 약점이던 사회탐구 영역 점수가 크게 올랐다”며 “수험장에 지영쌤 포토카드(포카)를 지녀, 이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수생 김모(19)씨는 “친구들을 통해 정시 지원 횟수만큼 원하는 대학의 키링 3개를 구했다”며 “작년보다 좋은 결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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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경쟁 사회로 인한 불안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가 의탁할 존재를 찾는다고 분석했다.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N수생이 늘면서 수능 응시생은 증가 추세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 등 여파로 올해 수능 응시생은 52만267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8082명 늘어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좋은 대학을 진학하고 싶어 재수를 택해 경쟁률(응시생)은 증가했다”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에 따른 불안도 종교시설을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위안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한다”며 “부모 세대는 익숙한 종교에, 자식 세대는 친숙한 문화에 기대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규·이수민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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