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 김남길 팬들 "출연 반대"
이용자들 혐오·차별 콘텐츠 등 돌리는데
네이버웹툰 무대응, '참교육'은 드라마로
"사회적 책임, 세계적 흐름 따라가야"
네이버 웹툰 '이세계 퐁퐁남'(왼쪽)과 '참교육'. '참교육' 속 여성 교사는 아이들에게 페미니즘, 차별에 대해 가르쳤다는 이유로 정부 부처 직원으로부터 뺨을 맞는다. 네이버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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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만 명에 달하던 네이버웹툰의 하루 이용자는 최근 20만 명 정도 줄었다. 웹툰 작가 등용문인 네이버웹툰 ‘2024 지상최대공모전’ 1차 심사에서 제목부터 소재까지 여성 혐오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이세계 퐁퐁남’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10, 20대를 중심으로 한 달 가까이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 배우 김남길 팬들은 지난 7일 김남길에게 웹툰 ‘참교육’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 드라마에 출연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냈다. 원작 웹툰은 인종차별, 여성 혐오, 학생 체벌 옹호 등으로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김남길은 이튿날 “많은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그런 작품은 안 하는 게 맞다”며 출연을 고사했다.
배우 김남길과 팬들이 '참교육'에 출연하지 말라고 낸 성명서. 연합뉴스,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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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과 웹툰 제작사 등이 혐오 표현 논란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제대로 된 입장 표명 없이 수수방관하는 이들 업체들에 대해 차별과 혐오를 거부하는 세계적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게손'은 안 되고 '퐁퐁남'은 된다?
‘이세계 퐁퐁남’은 지난 9월 네이버웹툰에서 처음 공개됐다. 결혼 10년 차 39세 남성이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는데, 여성을 돈을 목적으로 결혼하고 자해 후 남성에게 폭행죄를 뒤집어씌우는 존재로 그렸다. 제목인 ‘퐁퐁남’은 모범적 남성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과 결혼해 여성의 과거를 깨끗이 씻어준다는 온라인 용어 ‘설거지론’에서 나온 말로, 대표적인 여성혐오 표현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여성의 문란한 성생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여성을 ‘결혼할 순결한 여자’와 ‘성 경험이 있는 문란한 여자’라는 이분법 안에 두는 것이고 (미국의 철학자) 케이트 만은 이렇게 여성을 분할 통치하는 것이 여성 혐오의 핵심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세계 퐁퐁남'에 항의하는 이용자들은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 근조화환을 보내고 트럭 시위를 벌였다.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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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이버웹툰은 '퐁퐁남' 논란에 사실상 무대응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현재 공모전 2차 심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 네이버웹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티나게 매입하기” 등 ‘불매’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웹툰작가연합이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 성명서를 내는 등 역풍을 맞았다. 네이버웹툰이 과거 ‘전지적 독자 시점’의 집게손가락(엄지와 검지로 만든 ‘ㄷ’ 모양) 장면을 수정하는 등 ‘남성 혐오’ 주장에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점에서 선택적 검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매출의 문제이든 내부 인식 때문이든 남성 독자를 더 신경 쓴다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20년 가까이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 자리를 유지하는 네이버웹툰은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네이버웹툰 측은 불매운동 이후 '불매'를 조롱하는 듯한 웹툰 홍보글을 올렸다가 비판이 일자 삭제했다.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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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로 미국 서비스 중단 '참교육', 드라마로?
드라마 제작을 추진 중인 네이버웹툰 ‘참교육’ 역시 숱한 논란을 겪었다. 이 웹툰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가상의 정부 부처 직원들이 문제 학생과 교사들을 폭력적으로 응징하는 내용이다. 2021년에는 페미니즘을 가르치는 여성 교사의 얼굴을 때리는 내용으로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흑인 학생을 비하하는 장면이 나와 해외 독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북미 플랫폼에서는 이 웹툰이 삭제됐다. 그러나 웹툰 제작사인 와이랩은 웹툰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도 제작하기로 했다. 성 평론가는 “웹툰의 문제가 드라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도 제작사는 제대로 된 입장이나 각색 방향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세계적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웹툰 '참교육'. 네이버웹툰 제공 |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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