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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트럼프 “그는 수퍼 천재”… 머스크, 美 정책 좌우할 거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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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만든 사람들] [4] 트럼프 2기 정책 변수된 머스크

조선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정부 효율성 위원회(D.O.G.E 도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고 적힌 명패 앞에 앉아 있다. 지난 9월 머스크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합성 사진이다. '도지'는 머스크가 띄워온 가상 화폐(도지코인)와 이름이 같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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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갑부 사업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치와 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거대 변수로 부상(浮上)했다. 그가 지난 7월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약 2500억원을 투입해 지지자들에게 투표 독려 운동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치른 대선에서 당선된 후 ‘트럼프 최측근’ 머스크의 입김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1위 부자, 여섯 기업의 CEO이자 X 팔로어가 2억명이 넘는 머스크는 도발적 발언을 일삼는 논쟁적 사업가를 넘어, 트럼프의 핵심 참모라는 또 다른 직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실제로 머스크를 두고 “수퍼 천재”라고 부르면서 그에 대한 신임을 표시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갑부와 세계 최강의 권력자가 손을 잡게 된 셈이다.

미국과 세계의 정치·산업·외교·안보 관계자들은 한때 허풍이라 치부했던 머스크의 발언을 분석하면서 ‘트럼프 2기’에 대비하고 있다. 자존심이 강하고 변덕이 심한 트럼프와 머스크가 앞으로 갈등을 빚으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소한 정권 초기엔 트럼프의 정책을 휘두를 가능성이 큰 머스크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내부자 머스크’가 최근 소셜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밝혀온 국가의 철학은 간단하다. 반(反)규제·반관료·반PC(political correctness)다. AI(인공지능)에 대해선 AI 개발 초기부터 강력한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자신의 공장이 있는 중국에 대해선 트럼프보다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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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머스크는 여러 차례 창업을 거치며 규제와 관료주의 등 ‘관(官)의 폭력’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캘리포니아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려다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자 텍사스로 이전을 선언했고,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자신의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를 지연시키는 당국을 고소한 적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 10월 한 행사에서 “건국 이래 연방 기관이 거의 매년 두 개씩 생겨나고 있다. 과잉 규제에 의한 ‘목 조르기’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국민의 삶에서 가능한 한 정부를 배제해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 드러난 난맥상의 원인이 현상 유지만 원하는 ‘고인 물’인 공직 사회 탓이라 보는 트럼프와도 공명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신설될 가칭 ‘정부 효율성 위원회’의 수장으로 머스크를 꼽아 왔다. 내년 1월 출범할 정부가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워싱턴의 기존 관료 인맥을 배제하고 소수의 트럼프 측근을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 내에서 갖는 정치적 영향력은 지난 8월 X를 통해 중계한 트럼프와의 대담에서 드러났다. 전기차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트럼프는 이날 대표적인 전기차인 테슬라에 대해 “놀랍다(incredible)”고 추켜세웠다. 바이든 정부가 밀어붙인 전기차 의무 확대 등 친환경 정책에 대해 트럼프는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전기차에 한해선 의무화 완전 폐지가 아닌 일부 조정으로 강경 기조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후에 나왔다. 트럼프의 거침 없는 반중(反中) 노선이 머스크의 영향을 받아 다소 후퇴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형 공장을 운영하는 등 중국 사업 규모가 크다. 머스크는 최근 잇달아 “테슬라는 미·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 “양국 이해는 샴쌍둥이처럼 얽혀 있다” 등 다수의 친중 발언을 해왔다. 트럼프는 8월 머스크와 대담 때 이례적으로 ‘중국 때리기’를 하지 않았는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은 머스크의 사업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트럼프가 동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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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5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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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규제 타파론자이지만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초강력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빠르게 발달 중인 AI 기술이 인류를 멸종시킬 위험이 있다며 일찌감치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머스크는 지난해 2월 “AI는 문명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다. 우리가 매우 우려해야 할 만한 기술로, 핵탄두보다도 위험하다”고 했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에서 추진됐던 초강력 AI 규제법인 ‘SB1047′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법은 1억달러 이상을 AI 개발에 쓰는 기업은 AI 기술이 사회에 재앙을 초래하지 않도록 사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주의회를 통과하고서 민주당인 개빈 뉴섬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반복하며 교착 상태인데, 머스크가 ‘연방 거물’이 될 경우 AI에 대한 연방 차원의 강력한 규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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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 테크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는 이제 유일하게 부족했던 정치적 영향력까지 손에 넣었다. 자신의 사업을 규제하던 정부 기관과 눈엣가시였던 업계 경쟁자를 감시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됐다”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에 ‘머스크’라는 예상치 못한 대형 변수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후 마러라고 자택에서 진행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 각각 배석, 정상 통화 도중 수화기까지 넘겨받으며 트럼프의 정국 구상을 가까이서 함께 하는 ‘공식 실세’임을 입증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에게서 머스크가 공화당의 핵심 인물이 되기까지 보인 행보에 감사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뭇매’를 맞는 실리콘밸리의 ‘딥블루(골수 민주당)’ 문화를 부수면서, 유명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공동 창업자 등 거물들이 트럼프 공개 지지에 나설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후 X에서 “2026년 중간선거와 그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의 정치적 야망은 이제 시작”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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