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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앵커칼럼 오늘] 독 품은 복어의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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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에 신비로운 무늬가 펼쳐졌습니다. 아름답고 정교하기가 예술 작품 같습니다.

예술가는 수컷 복어입니다. 암컷을 꼬드기려고 일주일 꼬박 앞지느러미를 흔들어 지름 2미터 넘는 모래성을 빚어냅니다.

독을 품은 심통쟁이도 잔뜩 몸이 달면 예술 아니라 무엇인들 못할까요.

호주 바우어새 수컷이 노리는 건 캠핑객의 음식이 아닙니다.

파란 빨대를 훔쳐 갑니다.

파란 칫솔, 펜, 병뚜껑, 자동차 키, 푸른 지폐까지… 파란색 물건들을 물어다 보금자리를 장식합니다.

암컷이 찾아오자 하나씩 선물로 내밉니다. 꽃망울을 입에 물고 춤도 춥니다.

퇴짜 맞기를 거듭하다 겨우 짝짓기에 성공하면 본색을 드러냅니다. 암컷을 부리로 쪼아 쫓아냅니다.

새 집을 지어 새 짝을 부릅니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원 내년 예산을 2백40억 넘게 증액해 줬습니다. 늘어난 정부 예산안에 더 얹어주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검찰 예산은 6백억 가까운 특활비와 특정업무 경비를 전액 없앴습니다. 법무부 예산도 5백억 가까이 쳐냈습니다.

법원과 검찰 예산 다루기가 왜 이렇게 판이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이 대법관 겸 법원행정처장에게 했던 언사가 생각납니다.

"'의원님들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

법원은 그 예산, 받지 않겠다고 했지요. 지금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국감 진행 태도 역시 법원, 검찰청이 사뭇 달랐습니다.

법원 숙원 사업이던 판사 임용 법조인 경력 단축도 한 달 만에 처리했습니다. 바로 앞 21대 국회에서 부결시켰던 법안입니다.

온갖 폭언과 욕설이 난무해도 지나치던 이재명 대표가 측근 의원 이 발언에 즉각 엄중 경고했습니다.

"뭐야 인마! 법관 출신 주제에!"

그는 "모든 법관님들께 사과 드린다"며 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가을 털갈이하듯 표변한 모든 일들, 속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남우세스럽습니다.

속담에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이라고 했습니다. 복어를 먹을 땐 지레 물을 많이 마셔 조심하라는 얘기입니다.

11월 11일 앵커칼럼 오늘 '독 품은 복어의 구애'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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