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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월)

[앵커칼럼 오늘] 빛, 법, 정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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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 속, 보안관서 앞만 환합니다. 등불 아래 변호사 핀치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암흑을 뚫고 폭도들의 차가 줄지어 달려옵니다.

백인 여성을 겁탈한 혐의로 갇힌 흑인을 끌어내 린치하려는 마을 백인들입니다. 내일 재판에 앞서 그네들 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답니다.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알잖소. 문에서 비켜나시오!"

빛과 어둠, 법과 폭력, 정의와 힘이 충돌합니다. 파스칼이 말했지요.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폭압적이다. 항상 사악한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럼프가 재판정을 나서며 소리칩니다.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 사기꾼들이다. 판사는 민주당 판사다."

트럼프는 네 개 사건의 검찰과 재판부를 비난하며 미국판 개딸들을 자극했습니다.

한 판사에겐 죽이겠다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온라인에 이름과 주소가 퍼진 배심원들이 이사를 가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지자체장과 지방 의원들이 '이재명 무죄 촉구' 팻말을 들었습니다.

"검찰 주도 제1 야당 대표 탄압을 중단하라! 중단하라!"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이 선을 넘었습니다. 모레 선거법 선고 당일 법원 앞에서 5천 명 대규모 집회를 벌이겠답니다. 물리적 힘, 완력을 쓰겠다는 겁니다.

3주째 주말 장외집회도 예고했습니다. 당내 친위조직은 백만 명이 넘었다는 무죄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습니다. 피고인도 직접 나섰습니다.

지난 일주일 SNS 스물다섯 건 중에 위증 교사 반박과 장외 집회 독려가 열여섯 건에 이릅니다. 정치 현안 여덟 건을 압도합니다.

예산 후하게 얹어주는 당근에 채찍질을 더해 사법부를 길들이겠다는 건가요.

내일 김혜경 씨 선거법 선고부터 25일 이 대표 위증 교사 선고까지 온통 정치 모래바람에 휩싸이게 생겼습니다.

개인 사건에 모든 것을 거는 민주당, 대한민국 제1 당 맞습니까.

유죄가 나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럴수록 재판부는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리라 믿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의무를 다하십시오."

11월 13일 앵커칼럼 오늘 '빛, 법, 정의의 힘'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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