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범위도 주가조작·명태균으로 축소
여당 특검법 거부 명분 없애려는 전략
한동훈 “특별히 드릴 말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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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특검 추천권을 제3자에게 부여하고 수사 범위를 대폭 줄인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춘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확산한 비판 여론을 최대한 결집하며 여권을 압박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14일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며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태균씨로부터 촉발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및 선거개입 의혹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또 “제3자 추천을 수용해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해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두 차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모두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와 재표결 실패 후 폐기를 반복했다. 첫 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었고, 지난달 폐기된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개입 의혹 등을 포함해 총 8가지였다.
이번에 세 번째로 발의된 특검법의 수사 범위는 명태균씨를 통한 20대 대선·경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의혹, 대통령실이 김 여사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수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등을 포함해 총 14가지로 늘어났다. 특검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오는 14일 본회의에 제출할 예정인 수정안에는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아닌 제3자에게 부여하고, 수사 범위도 대폭 줄이는 내용이 담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운운하는 핑계를 그만대고 직접 국민께서 납득 가능한 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강강약약이 아니라 강약약강이 아이콘인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꼬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면에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윤 대통령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며 “이번에도 옹색하게 반대 위한 반대만 한다면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과 분노만 안겨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수사 범위는 2~3개 수준으로 줄일 수도 있고, 그보다 좀 더 남겨둘 수도 있다”라며 “(본회의) 당일 아침에 수정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도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표를 향해 “(채 상병) 특검을 직접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당사자가 특검을 거부하고 국정조사마저 거부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한 대표 말을 귀담아듣겠나”라며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민심을 거부한다면, 용산 김건희·윤석열 부부와 함께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서명운동, 장외집회 등 여론전도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 본부를 발족했다. 지난 5일 개시한 서명운동의 집중 기간을 이날부터 28일까지로 정했다. 지역 거점 중심의 오프라인 서명운동과 온라인 서명 및 홍보를 병행한다. 민주당은 또 김건희 특검법 처리 등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지난 2일과 9일 단독으로 연 데 이어 오는 16일엔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당들과 공동 주최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무기명 재표결이 이뤄질 오는 28일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후 장외집회 규모를 더 키워 여권에 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김 여사가 당무나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추가로 공개할지도 관심사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말 뿐”이라며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이날 “민주당의 정략적인 의도”라며 “특검 수정안을 받을 일은 절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표 측은 오는 14일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추천으로 당론을 모아 특검을 막자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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