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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상식과 다른 평화' 추구하는 트럼프... 최악 시나리오 막아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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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마르티시우테 유럽정책센터 분석가
"트럼프 당선, 동맹국 및 국제 안보에 위기
나토, 어느 정도 대비... 유럽 더 단단해질 수"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있다. 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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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떨고 있다. 가치·명분·의리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동맹은 미국에 짐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외교·안보·경제 정책에서 대체로 보조를 맞춰 온 유럽연합(EU)의 두려움이 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안보까지 직접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미국이 떠받치는 나토 체제에 불만이 많은 트럼프 체제가 들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32개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27개국)과 상당 부분 겹쳐 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기반 독립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EPC)의 마리아 마르티시우테 분석가"트럼프 당선은 유럽 안보 및 민주주의 등 가치에 타격"이라고 6일(현지시간) 한국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미국과 협력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자와 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는 게 마르티시우테 평가다. "트럼프 당선자가 국정 운영 경험을 갖춘 관록 있는 정치인으로 귀환한 지라 위기가 더 크기는 하지만, 유럽 또한 과거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충격을 최소화할 준비를 어느 정도 갖췄다"는 점에서다. 마르티시우테는 나토, EU 등에서 근무한 국제 정세 전문가다.
한국일보

마리아 마르티시우테 유럽정책센터(EPC) 분석가.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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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유럽이 안보 비용을 미국에 전가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왔다. 트럼프는 나토에서의 미국 역할을 점차 줄여갈까.

"위험과 국제 안보상 위기는 하룻밤 사이에 확대됐고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돼 있다. 나토의 '유럽 기둥'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의 역할은 EU가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나토가 트럼프 재집권에 이미 대비해 온 측면도 있다. ①일단 지난 7월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및 훈련 조정 기능을 미국이 주도하는 비공식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에서 나토로 이동시킨 게 대표적이다. ②나토 동부 축의 병력도 강화했다. 나토의 새로운 방위 계획은 '유사시 나토 병력 30만 명을 동부 전선에 30일 이내 배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③마르크 뤼터가 지난달 새로운 나토 사무총장에 오른 것도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둔 조치다. 네덜란드 총리였던 그는 트럼프 당선자와 협력 관계를 맺었던 몇 안 되는 유럽 지도자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對)우크라이나 전략은 어떨 것으로 전망되나.

"트럼프 당선자는 '집권 직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종전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우크라이나에는 이를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상태에서 종전'이라는 불행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겠다. 다만 공약과 이행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의 역할 등 제반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축소한다면 유럽 국가들도 이를 따르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은 기꺼이 안보 책임을 더 많이 맡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늘 위기 상황에서 더욱 단결하고 통합해왔다. 유럽 시민들은 대체로 '유럽이 안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도 포함된다."

-중동 전쟁이 한창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축으로 한 반(反)미국·반이스라엘 세력과 대립하도록 부추겨 온 측면이 있다. 트럼프의 대중동 전략은 뭘까.

"트럼프 당선자는 집권 1기 때도 강력한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도록 말리기보다 원하는 대로 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로 중동 전체의 안보 위험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평화를 원하지만 그가 평화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가 국제법으로 이해하는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

-집권 1기 때를 돌아보면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중국에 유독 심하게 적용됐다. 향후 대중국 정책을 전망한다면.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그는 그것을 할 것이다. 다만 중국에 친화적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 주요 보직에 기용된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과의 기술 협력 등을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트럼프 집권 하에서 많은 독재자 또는 극우 정치인들이 더욱 대담한 행보를 보일 것이므로 국제사회 분열은 심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공통 가치로 삼는 한국과 유럽은 서로에게 중요하다. 다행히도, 이미 나토와 EU는 한국과 기술,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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