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내부적으로 공유한 문건에서 ▲전기차 사업에서의 부진한 성과 ▲대량 판매 차종(볼륨모델)의 신차 부재 ▲새로 조성한 해외 공장의 가동률 제고 등을 내년에 해결해야 할 주요 경영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열린 아이오닉5 최초 생산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호세 무뉴쇼 HMA사장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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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맞닥뜨린 고민 중 하나는 미국에 만든 전기차 공장인 ‘메타플랜트’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제대로 성과를 낼지다. 현대차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76억달러(약 10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메타플랜트를 조성했다. 메타플랜트는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으로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를 생산한다. 내년에 출시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9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EREV 등도 메타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기대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법으로,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오닉5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지 공장인 메타플랜트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IRA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에서 판매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현대차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IRA 폐지를 줄곧 언급해왔다. NH투자증권은 7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IRA를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과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플랜트는 전기차 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췄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이후 전기차 생산 물량을 줄이고 하이브리드차 라인을 늘리는 방식으로 메타플랜트 가동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트럼프 집권 후인 내년 상반기에 중저가 신차로 아이오닉5 등과 경쟁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7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개최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유세에서 단상에 올라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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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내년에 아이오닉 시리즈와 경쟁할 신차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설 예정인 점도 현대차에는 부담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2′로 불리는 중저가 모델을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주력 전기 SUV인 모델Y를 선보인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올 3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10%선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지난 2022년 65%에 달했던 테슬라의 점유율은 50% 밑으로 하락했다. 내년에 중저가 차량인 모델2의 판매가 시작되면 점유율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도 신차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에는 신형 그랜저와 아이오닉6를, 지난해에는 신형 코나와 싼타페 등을 선보이며 북미 시장 판매량이 큰 폭으로 뛰었다. 내년에는 신형 팰리세이드와 베뉴 등의 내연기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펠리세이드는 대형 SUV이고 베뉴는 초소형 모델이라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85조67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을 5조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2분기에는 매출액 45조206억원, 영업이익 4조2791억원을 각각 거두며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판매량도 역대 최다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최근 2년 간 신차 출시와 환율 효과로 미국 시장에서 많은 이익을 거뒀다. 내년에는 메타플랜트의 생산 차종 조정 등 전략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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