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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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직을 박탈당했던 ‘이준석 사태’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때만큼이나 윤석열 정부에 큰 정치적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일보가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르스프락시아와 중앙일보를 비롯해 조선일보·동아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 등 5개 일간지 홈페이지 기사 댓글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기 42만5417개 댓글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이 있던 7일까지의 55만1287개 댓글이다. 퇴임 때까지 지지율 40%대를 기록하고 재임 중 탄핵 이슈가 거론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는 보수 진영에 속한 박근혜·윤석열 정부와 성격이 달라 분석에서 제외했다.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 때의 댓글 100만여개를 분석한 결과 ▶당내 갈등 ▶역사 논쟁 ▶안전사고(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국정 불만 ▶탄핵론 ▶최순실 게이트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각각의 정부에서 13가지 부정적 이슈가 도출됐다. 각 이슈는 TF-IDF(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특정 문서에서 단어의 중요도를 계산하는 방법) 분석을 통해 지수화했고, 숫자가 클수록 이슈로서 크게 부각됐다 의미다.
윤석열 정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이슈는 김건희 여사 문제였다. 지난달 김 여사 이슈화 지수는 186에 달했다. 지난 1월 디올백 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때 112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윤석열 정부 2년 6개월 동안 가장 큰 부정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차준홍 기자 |
다만, 박근혜 정부 때 가장 부정적 이슈였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게이트의 이슈화 지수가 248(2016년 11월)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 파괴력은 덜하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되며 탄핵론 이슈화 지수는 같은 시기 318로 치솟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탄핵론 이슈는 지난달 기준으로 125였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김건희 여사 이슈가 윤석열 정부에 큰 부담을 주는 건 맞지만,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면 아직 그 강도는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대표직을 잃고 탈당하는 과정이 윤석열 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는 점이다. 2022년 8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징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이슈화 지수는 116이었다. 이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공식 탈당한 지난해 12월엔 이슈화 지수가 160까지 치솟았다. 윤석열 정부에선 김 여사 의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 뒤 부실 대응 문제가 불거진 2014년 5월 당시 이슈화 지수가 134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준석 사태'의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김도훈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 처음으로 결정적 타격을 줬던 세월호 이슈에 비견될 만한 윤석열 정부의 첫 리더십 타격은 이준석 징계 사태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밖에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으로 탄핵론 이슈가 가장 커졌던 지난 7월 이슈화 지수가 145였다.
차준홍 기자 |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윤·한 갈등’ 혹은 ‘당정 갈등’은 지난 4월 총선 때 111을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95였다. 이를 해석할 때는 수치 자체보다 여권 내부 갈등이 윤석열 정부의 약점을 증폭하는 메커니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김도훈 대표는 “윤 대통령이 리더십 도전을 겪으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그럴 때마다 김건희 여사 논란 비중이 커지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 김 여사 관련 목소리가 커질수록 김 여사 리스크가 부각돼 윤석열 정부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보다 불신(不信) 비중이 높다는 것도 윤석열 정부의 약점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기간 불신을 키워드로 한 댓글 비율이 대부분 5% 미만이었다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에야 7%를 넘어섰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선 대부분의 기간 불신 댓글 비율이 5%를 넘었고, 10%를 넘은 경우도 5개월에 달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각종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반 대중이 거짓말을 한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불신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통령의 통치 능력에 관한 댓글 중 경멸적 표현이 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통치 능력에 대한 부정적 내용 중 감정적 경멸 표현이 35%였던 데 비해 윤 대통령은 67%로 거의 2배에 달한다”며 “그만큼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이나 카리스마가 실추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지만, 탄핵론 이슈만 보더라도 그 강도는 약한 편”이라며 “이준석 사태와 같은 당내 갈등이 정부 전체의 위기로 번졌던 만큼 여권 내부를 추스르는 게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 ☞‘이슈화 지수’ 어떻게 계산했나
댓글에 등장하는 키워드 분석은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법인 TF-IDF(Text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단어 빈도-역문서 빈도) 방식을 활용했다. 단순히 그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지 여부(TF)만 따지는 게 아니라 그 단어가 다른 문서엔 잘 등장하지 않다가 해당 문서에 등장함에 따라 중요해지는 여부(IDF)를 가중치로 부여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가령, ‘대통령’이란 표현은 어느 댓글에나 등장하기 때문에 실제 이슈화 지수 측면에서는 의미 없는 키워드가 되는 식이다. TF-IDF 방식으로 계산한 이슈화 지수는 숫자가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이슈화 정도가 더 커진다는 의미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리더십 실추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보인다”며 “댓글 키워드 분석을 통해 리더십 실추에 영향을 미친 주요 주제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승리 '이대남' 전략 영향…尹에 필요한 ‘세대연합’ 복원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 ‘빅 데이터’ 분석]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배경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이대남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준석 사태’ 이후 이들이 이탈하면서 대선 승리 공식이던 세대연합이 와해됐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오른쪽).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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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18)가 "젊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인 ‘매노스피어(Manosphere)’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해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뒤 매노스피어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젊은 남성에게 인기 있는 유튜브 방송에 연달아 출연하는 등 접점을 넓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때 2030세대 남성의 적극적인 지지가 승리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3월 9일 대선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20대 이하 남성에서 58.7%, 30대 남성에서 52.8%를 각각 득표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선 걸로 조사됐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필두로 젠더 이슈를 공략하는 한편 경제 분야에서도 2030 세대 맞춤형 공약을 내세운 효과였다. 전통적 지지층인 6070세대와 ‘스윙 보터(swing voter)’ 성향이 강한 2030세대가 연합하는 이른바 ‘세대포위론’ 전략이 통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2030세대의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0대 이하 11%, 30대 10%로 전체 연령대(17%)보다도 크게 낮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대선 때의 선거 연합을 무너뜨린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미 대선에서 젊은 층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 당선인을 택한 것처럼 한국도 결국 중도층, 그중에서도 젊은 층의 선택이 승패를 가른다”며 “젊은 층에게 소구력 있는 건 민생 등 ‘탈정치’인데 지난 2년 반 윤 대통령이 정치적 이슈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허진·성지원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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