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과 한반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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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집회 OK, 탄핵 발설은 NO.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주째 고수하는 원칙이다. 군중이 모이는 반(反)정부 시위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탄핵 몰이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9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집회에 나와 “제가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말한다”며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집회에서 “궁극적인 국가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고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에둘러 주장했다. 함께 거리에 나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대통령 자격이 없다”, “이제 행동할 때”라고 외쳤지만, 탄핵 거론은 자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날 국회에서 민주당 대변인단이 ‘탄핵 함구령’에 곤욕을 치르는 풍경도 펼쳐졌다. 10일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어제 말하지 못한 두 글자가 무엇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해갔다. ‘탄핵이 맞지 않나’는 질문이 또 나오자 한 대변인은 “노코멘트”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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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 대해 민주당은 넉 달 넘게 로키(low-key)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이 올라왔지만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실규명 작업이 먼저”라고 몸을 낮춘 게 시작이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초 “제1야당인 민주당도 탄핵할 결심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최근 장외집회 개최를 앞두고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친야 성향 시민단체들에 “탄핵이란 문구는 빼고, ‘OUT’ 등 정권 퇴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문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에서는 오는 13일 출범하는 ‘윤석열 탄핵 의원연대’에 지도부나 당직을 맡은 의원들의 경우 이름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섣불리 탄핵 깃발을 들었다가 보수 결집 등 역풍을 맞을 우려가 상당하다”는 게 탄핵 신중론의 주된 이유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여권 지지층이 여전히 견고하고, 그 저변에 ‘탄핵만은 안 된다’는 학습 효과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200석이 필요한데, 여당이 아직 그 정도로 분열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도 여당 지지율은 버티고 있는 양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률은 17%를 기록했지만 국민의힘은 정당 지지율 29%였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 집회 모습. 경찰은 이날 모인 집회 인원을 1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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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인원이 과거보다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것 역시 민주당이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당시 경찰 추산 20만~30만명이 촛불 집회에 모인 직후 정치권 탄핵 논의에 불이 붙었고, 이후엔 43만명(주최 측 추산 232만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졌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1차 집회(2일)에 30만명, 2차 집회(9일)엔 20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 추산 인원(1차 1만7000명, 2차 1만5000명)과는 차이가 크다.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진보 진영만 거리에 나와서는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없다. 중도-진보 성향 국민까지 거리에 나와야 탄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도 현실적인 제약 요인이다. ‘방탄용 정치공세’라는 반격 때문에 탄핵 주장이 온전히 힘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도 “자신들이 유죄라고 생각하니 유죄를 무죄로 바꾸라고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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