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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복잡한 규제·관치에 돈벌이 막히니 짐 싼다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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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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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은행 대비 외은 지점 순익 비율 4.89%
"규제 많아 시장 규모 작아…한국은 금융 갈라파고스"
"금융중심지 매력 없어…제2, 제3 금융중심지 불가능"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한 지 20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인 것은 복잡한 금융 규제와 낮은 수익성 등으로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권 간 경제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승인받은 사업만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한국 특유의 관치금융 문화도 외국계가 버티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성이 달라지고 세제 혜택이나 일자리 창출에 따른 인센티브 등 눈에 띄는 유인책이 없는 것 또한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꼽힌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소재 은행들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 대비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순익 비율은 4.89%다. 2016년 11.47%, 2022년(10.78%)을 제외하고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외국계 금융사들도 초기와 달리 국내 금융사 대비 차별화된 영업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어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짚었다.

‘탈(脫)코리아’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가 지목된다. 해외와 비교해서 유독 한국에서는 돈벌이를 할 수 없게 막혀 있거나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관치도 한몫한다. 배당 간섭과 각종 금융 지원 차출 등은 외국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관치와 규제로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막상 수익을 냈어도 각종 금리와 수수료 등으로 압박을 받기 일쑤다. 높은 법인세율, 은행 자기자본비율(BIS) 감독 요건 등도 발목을 잡는 장벽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은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에 금융에 관한 한 갈라파고스 같은 곳”이라며 “BIS 요건 등은 외국계에서는 지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규제가 많아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컴플라이언스 인력 등 간접인력을 채용하다 보면 자기자본이익률 10%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다.

자본금 요건 상 문턱도 있다. 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은행 자본금이 싱가포르는 1조4000억 원 이상, 우리나라는 1000억 원 이상으로 국내 진입장벽이 낮은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반대다. 싱가포르는 외국은행 본점의 자본금으로 산정하고, 한국은 외국은행의 국내지점 영업기금을 기준으로 잡기 때문이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글로벌 금융중심지 정책 역시 문제다. 2009년 서울·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후 채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4년 부산 국제금융센터가 준공된 이후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 ‘전북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를 대선공약으로 했으며 지난해 전북 금융허브 종합개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남우 교수는 “서울도 금융중심지로서의 매력이 많지 않은 상태”라면서 “수도인 서울조차 어려운 상황인데 부산·전북 금융중심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중심지에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지만, 현재는 음식점으로 치면 ‘서울시 선정 모범업소’ 같은 느낌”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지방 균형 발전 차원으로, 현재 능력보다는 향후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고민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투데이/박민규 기자 (pmk8989@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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