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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낮은 수익, 법인세 등 발목
외국계 금융사 10년간 8곳 늘어
책무구조도 등 이탈 부추길 것
최근 20년간 역대 정권에서 13번의 정책을 낼 만큼 ‘아시아의 금융허브’는 한국의 바람이었다. 금융을 제조업만큼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금융판 삼성전자’가 나오기 어려운 것처럼 글로벌 금융허브 지형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국내로 진입하는 외국계 금융사 수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탈(脫)코리아’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금융허브의 꿈은 물 건너간 모양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국내 진입한 외국계 금융사는 총 167개로 전 분기(169개)보다 2개 줄었다. 외국계 금융사 수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4년 159개에서 △2019년 162개 △2022년 168개 △2023년 168개로 유지하다가 올해 감소했다. 야마구찌은행 부산지점과 도하은행 서울사무소가 철수하면서다.
업권별로는 은행과 보험사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외국계 금융사는 △은행 50개 △금융투자 67개 △보험 25개 △여신전문사 17개 △저축은행 8개로 집계됐다. 2014년 말 기준 은행 58개, 보험사 3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8개, 5개 줄었다.
2013년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시작으로 미국,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외국계 은행이 발 빠르게 이탈했다. 외국계 보험사도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계산만 하고 있다. 2013년 네덜란드 ING생명이 짐을 싸자 영국, 독일, 미국의 금융사가 연이어 철수했다. 증권사는 2016년부터 탈코리아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에는 동양생명·ABL생명이 우리금융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외국계 생보사의 ‘탈코리아’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가 철수하는 주된 이유로 복잡한 규제 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 시장 성장성의 한계가 꼽힌다. 높은 세율도 매력도를 낮춘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싱가포르(17%), 홍콩(16.5%) 등 아시아권 금융허브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도 외국계 금융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내자 당국은 상생금융을 주문했다. 11월부터는 상장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현재 자율배상을 진행 중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대한 책임 압박도 외국계 금융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진입을 촉진하고 영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앞으로 한국 시장의 매력도 제고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제도개선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특히 외국계 금융사가 영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내 진입과 영업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지주마다 보험사를 하나씩 갖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국내 보험사도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규제도 외국계 정착을 저해하는데 책무구조도까지 도입되면 이탈 유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투데이/손희정 기자 (sonhj122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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