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직전 한 달과 비교해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늘어난 가계대출 중 절반 이상은 주택 구매와 상관없는 서민 생활 자금으로 추산돼, 향후 대출 증가세 관리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월 대비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2조원 후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들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달 대비 늘어난 것은 지난 8월(5000억원)뿐인데, 이마저도 증가 금액이 1조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만 약 3조원 가깝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불어났다.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증가 금액도 컸지만, 내용도 좋지 않았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보험약관대출 등 이른바 서민 ‘급전’ 대출이 전체 증가 폭의 절반이 넘는 약 1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서다. 제2금융권 생활 자금 대출이 1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카카오뱅크 등의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었던 지난 2021년 7월(3조3000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카드·캐피탈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및 신용대출은 전 달 대비 약 9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또 같은 기간 보험약관대출은 3000억원, 저축은행 신용대출 약 4000억 늘어난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 해지 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은행 대출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대표적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잠잠하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우선 금융당국 압박에 제1금융권인 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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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풍선효과에…당국 “새마을금고·농협 현장점검”
이 때문에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활 자금 마련을 위해 제2금융권에 손을 빌리는 수요는 과거에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번에 풍선효과로 더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드·캐피탈사같이 생활 자금 대출만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사의 대출은 지난 7월(8000억원)과 8월(7000억원)에도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수천억 원에 달했다.
제2금융권 풍선효과가 본격화되자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금융당국은 우선 이달과 다음 달 제2금융권 금융사에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받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호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도 계획 중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같은 대규모 입주 단지에 대한 잔금 대출(중도금 대출·잔금 대출 등)을 집중적으로 감독할 예정이다.
상호금융사들은 최근 은행들이 총량 관리 때문에 잔금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틈을 타 관련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실제 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잔금 대출을 시행한 KB국민은행의 금리는 최저 연 4.8%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2금융권인 광주농협 용주지점의 잔금 대출 금리는 이보다 낮은 연 4.2%로, 출시하자마자 이미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조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은행과 달리 서민 급전 대출이 많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너무 높이면, 은행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면서 “은행처럼 대출 규제를 세게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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