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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특파원 칼럼/김철중]中 비자 면제, 배경과 의도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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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하늘에서 떡(餡餅·셴빙)이 떨어질 리는 없다(天上不會掉下餡餅)’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미국 격언의 중국식 표현이다. 중국 길거리에서 셴빙(고기나 야채 등을 넣은 전병)을 접할 때나 거래에 능숙하면서도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중국인들을 경험할 때 자주 떠오르는 표현이다.


‘깜짝쇼’에 가까운 한국 비자 면제


거래의 관점에서 보면 비자 문제는 국가 간에 상당히 중요한 거래다. 비자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별도 협정을 맺거나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에 맞춰 사전 조율 아래 주요 성과로 발표한다. 지난달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뒤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에게 핀란드를 일방적 무비자 대상 국가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리창(李强) 총리는 중국 총리로서는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주에 대한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발표했다.

1일 발표된 한국에 대한 중국의 비자 면제 조치가 파격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중국이 한중 고위급 교류에 맞춰 비자 면제를 해줄 수 있다는 얘기가 돌긴 했지만 실제 진행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금요일 늦은 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주말 휴무일 동안 공식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국 측 발표 나흘 뒤에야 비자 면제 관련 유의사항을 공지했다.

물론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순차적으로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해 왔고, 한국도 포함될 때가 된 것이라는 해석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방적 비자 면제가 허용된 나라는 대부분 유럽 국가로 중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올해 1∼9월 동안 160만 명 넘게 중국을 찾은 한국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일방적 비자 면제를 ‘당했다’고 표현하는 게 어울릴 정도다.

중국 여행이나 친지 방문을 수월하게 해주는 비자 면제는 한중 관계에 분명한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중국이 왜 한마디 사전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한국을 면제 대상 국가에 포함시켰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에 발표한 시점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미국의 지도자 교체를 앞두고 한미일 3국 협력을 흔들어 놓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4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났고, 같은 날 일본 경제동우회 대표단은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해 한국처럼 비자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2기, 한중 관계 전략 짜야


얼마 전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에서 아쉬웠던 순간으로 지난해 8월 한미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직후를 꼽았다. 전례 없이 강화된 한미일 협력과 관계없이 한국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여전히 중시한다는 제스처를 바로 취했다면, 한중 관계 회복 속도나 강도가 지금보다 빨라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는 동북아 정세를 포함해 세계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두 강대국을 상대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국익을 지키는 방안이 뭔지 깊게 고민하되 너무 늦지 않게 움직여야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중국은 백악관의 새 주인이 정해지기도 전에 수를 던졌다. 이제 한국이 중국을 어떻게 대할지 답해야 할 차례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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