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역 사거리 곳곳에 불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재명 구속하라' '이재용 수사하라' 등 특정인에 대한 비방으로 채워진 현수막이 대부분이었다. 수십 개의 불법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욕설 등의 내용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았던 이런 강남역의 풍경을 바꾼 이는 전성수 서초구청장이다. 뚝심과 진심을 앞세워 취임 2년여 만에 강남역 일대 불법 현수막과 천막을 모두 철거한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전 구청장은 불법 현수막 철거에 나선 배경에 대해 "불법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를 해소하는 것이 공직자의 역할"이라며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필요 최소한 부분인데 이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법 현수막 철거가 쉽지 않았던 것은 적법한 신고 절차를 거친 집회·시위는 단속 근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현수막 등 시위 도구도 적법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단속을 하고도 이를 돌려주는 경우가 잦았다.
우선 서초구는 불법 현수막 철거를 위해 '집회·시위자 없이 현수막만 걸려 있으면 철거가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서초구는 지루한 싸움을 시작했다.
1년 이상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하는 이들 대부분이 1인 시위자이거나 소수의 시위자라는 데 착안해 이들이 식사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마다 현수막과 천막을 철거했다. 그동안 '편하게' 시위하던 사람들을 '귀찮게' 만든 것이다. 초기에는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그는 "현장 공무원에게 물리적 저항이 심하면 무리하게 대응하지 말고 일단 철수한 뒤 다음에 진행하라는 지침을 줬다"고 말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구청장은 또 "'25시 기동대'를 만들어 이들의 불법 행위를 24시간 내내 점검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사 표현을 하되 법을 위반하는 부분에는 책임을 지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철저한 단속이 이뤄지면서 오랜 기간 집회·시위를 해온 사람들이 스스로 떠나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전 구청장은 "구민들이 불법 현수막을 보고 내 아이의 눈을 가리고 싶다고 하더라"며 "현수막을 없앴더니 많은 구민께서 '눈과 귀의 가시 같던 것을 들어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서초구가 올해 1월 서울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것도 전 구청장의 뚝심과 진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 구청장은 "대형마트 관계자, 주변 소상공인과 함께 40차례 소통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동시에 원칙을 지킨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서초구가 강조한 것은 단 하나였다. '상생기금은 만들지 말아달라'는 것. 전 구청장은 "돈을 내서 해결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간 두 가지 합의가 이뤄졌다. 대형마트 유통망을 중소슈퍼가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중소슈퍼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전환할 때 까다로운 전환 요건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전 구청장은 "합의서 서명 후 두 달 정도 뒤 구에서 직접 소상공인 업소 150곳을 찾아가 반응을 살폈는데 90%에 가까운 소상공인이 유동인구, 매출, 객단가가 늘거나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전 구청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은 '고터·세빛관광특구'다. 코로나19로 상권이 타격을 입은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을 세빛섬과 함께 '관광특구'로 지정해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것이 서초구 구상이다.
전 구청장은 "1년 반 동안 주민·상인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고속터미널 상권 활성화를 위한 관광특구 지정이었다"며 "마침 이 일대는 서울의 다른 관광특구와 달리 '한강'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에는 관광특구 7곳이 있는데 한강과 맞닿은 관광특구는 한 곳도 없다"며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일대 공공지하보행통로를 통해 한강과 이어지는 서울의 유일한 관광특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석환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