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복 연설이 열린 워싱턴DC 하워드대 교정에 한 아이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바이든, 사퇴 너무 늦었나
대선 직후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다. 고령 리스크에도 대선 완주를 고집하다가 토론 참패 후에야 사퇴한 것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9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더 빨리 포기하고 당이 경선 절차를 진행했다면 민주당에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조시 바로도 NYT 칼럼에서 “바이든은 민주주의가 투표 용지에 올라있다면서 자신의 자아를 우선시했다”면서 “당내 경선을 통해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인플레이션, 국경 실패 등) 바이든의 기록을 훨씬 더 자유롭게 비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 경선 대신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은 국정운영의 ‘공동 책임자’라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한계가 있었고, 그 자신도 소극적이었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타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시점 자체보다 2022년 중간선거 이후에도 재정적자 감소나 국경 질서 회복 등 변화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유권자와 괴리된 방향으로 가고 있나
해리스 캠프는 ‘자유’를 키워드로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할 시 임신중지권은 물론 성소수자 권리 등까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런데 출구조사 등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경제·국경 이슈였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민주당 ‘집토끼’로 여겨진 히스패닉과 흑인, 저소득층, 청년, 생애 첫 투표자 등으로까지 지지를 넓힌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의 정책과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진보 운동단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직결된 민생 문제 해법 제시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전략가 애덤 젠틀슨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민주당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활동가들의 비좁은 이해관계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용어 사용을 독려하는 문화, 진보 의제를 통칭하는 ‘워크’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트렌스젠더 학생이 학교 스포츠팀에 참여하는 문제는 ‘리버럴(자유주의)’ 성향 학부모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이지만 민주당은 이들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미국인들은 소득 재분배만이 아니라 존엄의 재분배, 기회 증가에 관한 비전을 원하지만, (민주당으로부터) 정체성과 무감각한 언어에 대한 가르침을 들어야 했다. ‘워크주의’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줬고 날뛰는 정당의 상징으로 비쳤다”고 지적했다.
NYT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도 민주당이 ‘정치적 올바름 과잉’(hyper-political correctness)에 빠졌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 내부자들은 사람들이 해리스가 싫어도 트럼프 제거를 위해 해리스에 투표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싫어하면서도 그에게 투표한 것은 민주당을 점점 더 좋아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알렌의 한 투표소 밖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가 각각 푯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반트럼프’ 전략과 ‘셀럽 지지’, 효과 있었나
100여일 동안 진행된 해리스 캠프 선거 운동의 후반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트럼프 때리기’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유권자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을 민주당원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재직했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파시스트’ 언급을 해리스 부통령이 곧바로 차용한 것이나, ‘반트럼프’ 정치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장과의 공동 유세가 부동층 표심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할리우드 스타를 위시한 명사 지지 선언의 효과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시작으로 비욘세, 배우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등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한 ‘셀럽’들의 명단은 화려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스타들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선거 유세가 “민주당은 진보·엘리트·부유층의 정당”이라는 선입견을 강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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