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 대한체육회 점검 결과
이 회장 등 8명 수사 의뢰…11명은 문체부 통보
자녀 친구 채용하려 자격 요건 완화
국감 불출석하고 폭탄주 마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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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직원 부정 채용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한 달간 대한체육회의 비위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 회장 등 체육회 관계자 8명을 오는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회장은 2022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자신의 자녀의 대학 친구를 채용하도록 강행한 의혹을 받는다. 문제가 된 자리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업무를 하는 직위여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 요건이 필요한데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와 관련 담당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은 교체됐다. 이 회장은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 해당 직위의 연봉이 하향 조정돼야 한다는 직원의 발언에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1시간 가량 폭언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 회장 자녀의 친구는 32: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됐다. 정부는 이 회장 등이 공정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고 봤다.
한 스포츠 종목단체 회장이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선수단 보양식·경기복 등 구매 비용 약 8000만원을 대납하고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제공받는 데 이 회장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포츠종목단체 회장은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금품 등 수수, 형법상 제3자 뇌물 제공 사례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 회장은 체육회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체육회가 소유하는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총 6300만원 상당의 물품이 회장실로 배당됐고 이 회장은 그 중 17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14대를 무단으로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체육회 다른 부서에 배정된 후원 물품도 회장실로 가져와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도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자신의 지인 5명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인당 300만 원대인 이들 5명의 항공료 역시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일 경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체위의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고 음주 회식 자리를 가진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회장은 당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한 업무 협약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점검단의 조사 결과 해당 행사는 국감 당일 오전에 종료됐다. 이 회장은 오후 국감에 출석하는 대신 진천 선수촌으로 향했고 인근 식당에서 선수촌 직원들과 밤 10시20분까지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해당 국감은 다음날 오전 1시39분까지 진행됐다.
이 밖에도 정부는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장소를 갑작스럽게 변경해 예산 700만원을 낭비하는 등 체육회 운영에 다수의 문제점이 있다고 봤다. 특히 해단식 관련 회의에서 이 회장이 간부에게 “만약 해단식에 문체부 장관이 오면 당신을 인사 조치시키겠다”고 말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해단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라는 취지다.
체육회가 기부 또는 수익 사업으로 받은 후원 물품의 관리에 소홀한 정황도 다수 적발됐다. 체육회가 규정상 수의계약 가능 사유를 임의로 확대 적용하고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점검단의 조사 과정에서 체육회 일부 임직원들의 비협조와 방해 행위도 많았다. 이 회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대면조사를 회피했고 선수촌 간부들이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무단으로 제거했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사례도 다수였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국무조정실은 이번 점검 결과 확인된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위법 ·부당한 업무 처리 혐의를 보다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문체부에도 통보할 것”이라며 “이번 점검 결과를 통해 확인된 대한체육회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여 필요한 제도 개선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위법은 아니어도 규정을 위반한 관계자 11명은 문체부에 이첩해 감사와 징계 절차를 받게 할 방침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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