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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석 달 전 '블랙먼데이'(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충격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주요 20개국(G20) 중 러시아, 튀르키예 다음으로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수순 등 굵직한 낭보가 잇따랐지만 코스피는 좀처럼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늘(1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2,561.15로 블랙먼데이 직전인 8월 2일과 비교하면 7.8%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G20의 주요 지수 수익률과 비교하면 러시아(-19.83%), 튀르키예(-17.15%)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입니다.
달리 말하면 블랙먼데이와 같은 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뒤 증시 회복력이 코스피의 경우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경제 상황을 전쟁 중인 러시아나 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터키와 대등하게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의 회복력은 사실상 G20 중 꼴찌라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반면 미국(9.66%), 캐나다(9.34%), 독일(6.47%), 일본(3.6%), 이탈리아(3.0%), 호주(2.5%) 등 주요국 증시는 블랙먼데이 이후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멕시코(-0.2%), 인도네시아(-0.53%), 영국(-2.47%), 인도(-2.91%) 등은 블랙먼데이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코스피와 견주면 하락폭은 작은 편입니다.
이중 일본과 비교하면 코스피의 부진한 회복력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 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블랙먼데이 당일인 8월 5일 12.4% 급락했습니다.
코스피(-8.77%)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튿날 곧바로 10.23% 오르고, 8월 13일엔 블랙먼데이 직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증시는 추세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나갔습니다.
코스피는 블랙먼데이 다음 날 3.3% 반등한 후 8월 16일경에는 블랙먼데이 직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8월 말부터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 전해진 잇따른 낭보에도 코스피는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9월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10월 한국은행의 38개월만 기준금리 인하,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 발표 등은 코스피 반등을 이끌만한 호재로 꼽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상장 기업들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낮은 기대가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나 경제 여건을 떠나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성장성에 의구심이 큰 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이유"라며 "가령 미래 먹거리라는 인공지능(AI) 부문에서 성과를 내거나 투자를 열심히 하는 한국 기업이 얼마나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투자자금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째 순유출되고 있습니다.
그 규모는 지난 8월 18억 5천만 달러에서 9월과 10월 각각 55억 7천만 달러, 41억 7천만 달러로 커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공백을 개인 투자자들이 메우며 코스피를 간신히 지지했던 현상도 점점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재집권 후 감세, 자국 기업 혜택 강화 등에 대한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증시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 투자를 늘리려는 유인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코스피가 글로벌 강세장에서 소외된 것은 맞지만 미국 대선이라는 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코스피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며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이자 낙폭이 과대했고, 트럼프 당선 직후 급락세를 보인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업종들이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강 기자 lee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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