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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삼촌으로 여기고 따랐는데… 성폭행 충격에 4살 지능 된 20대의 죽음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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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母, 고인이 된 딸 영정사진 가슴에 품은 채 재판 출석

“우리 딸 눈 못 감고 갔어요” 절규

24살의 승무원 지망생이던 A씨는 평소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던 남성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충격으로 4살 지능으로 퇴행했다 끝내 사망했다. A씨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은 아버지의 지인 B씨였다. A씨가 사망한 뒤 B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는 연관이 없고, 또 성폭행 역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를 죽인 건 A씨 아버지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사진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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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4살이 된 24살-흩어진 증언과 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방영돼 공분을 샀다. 사건의 발단은 사고 발생 1년 9개월 전인 2021년 11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와 어머니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B씨와 식사를 했고, 집으로 함께 돌아왔다. B씨는 피곤하다며 A씨 방에서 잠을 청했고, 나중에는 “심심하다”라는 이유로 A씨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A씨가 6살 무렵부터 인연을 맺어올 만큼 믿었기에 어머니는 의심 없이 복도에서 쓰레기를 정리했다.

하지만 곧 비명을 내지른 A씨는 베란다에 서서 대소변을 눌 만큼 정신적 충격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할 짓 안 할 짓 다 했다. 성폭행 성추행 다 했다”라며 B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B씨는 A씨 아버지에게 “계획적으로 의도적으로 그런건 아니다. 모텔에 간 건 맞지만 합의하에 간 건 맞고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이후 A씨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자신을 12살이라고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가족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A씨를 병원에 입원시켰고, 주치의는 A씨가 4~5살 수준까지 퇴행했으며 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A씨를 만난 심리전문가는 “처음 나이를 물었을 때 4~5살이라고 했다. 소변도 서서 눴다. 제가 그동안 만난 피해자 중에 이 정도로 심각한 피해자는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지만, A씨 진술이 없어 수사는 중단됐다.

다행히 A씨는 한 달간의 치료 끝에 퇴원했고 느리지만 점점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해갔다. 하지만 곧 이상 증세가 재발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B씨와 마주친 것이다. 이후 A씨는 2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사망한 뒤 B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는 연관이 없고, 또 성폭행 역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를 죽인 건 자신이 아니라 A씨의 아버지라고 주장할 만큼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B씨 변호인도 “유죄가 나올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폭행 당했다고 3세 아이가 될 정도로 정신이 다운된 경우는 본 적이 없다”라며 “그래서 정신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나, 의심이 있고 관련 증거도 확보해 확인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5개월 만인 지난 6월 B씨를 강간 치사와 강제 추행 등으로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도 B씨 변호인은 A씨가 이전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과 전문의는 A씨가 피해 후 퇴행한 것에 대해 “해리 증상이라는 건 반드시 왜 기억을 상실시켜야 하고 퇴행해야 하는지 시점이 의미가 있다”라며 “과거 이력을 봤을 때 가해자에 대한 기억을 삭제해야 한다면 초창기 그 사람이 없을 때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때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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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문가도 “PTSD(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건 그 사건 자체다. 충격인 일이 반복될 때,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다”라며 “면식범처럼 신뢰가 있는 관계에서 이런 상황을 당할 때 배신감은 더 커진다. 배신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PTSD가 나타날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A씨 죽음에 대한 재판은 지난달 23일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재판장 이현우)에서 열렸다.

유가족 증인 심문으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 모친은 고인이 된 딸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은 채 피해 당시 딸이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출석해 재판장을 숙연케 했다.

법원에 도착한 피고인 B씨를 향해 “혐의 인정하냐” “유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피고 B씨는 고개를 숙이고 노트로 얼굴을 가린 채 재판장으로 급히 향했다.

증인 심문에 참석한 성폭력상담소장 C씨는 “피해자인 A씨를 처음 대면했을 때 빵을 먹다가 침을 흘리는 등 이미 24살 성인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유아 퇴행까지 가는 것은 처음 봤을 정도로 피해자의 상태는 심각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모친은 “존경하는 판사님! 우리 딸 소원을 들어주세요. 우리 딸 갈 때도 눈을 못 감고 눈뜨고 갔어요. 딸이 눈을 감았으면 오늘 법정에 오지도 않았어요”라며 절규했고 재판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피해자 모친은 피의자로 지목된 B씨를 알게 된 배경에 대해 “아이 아빠와 제가 일을 하느라 부재 중일 때가 많았고 보험 일을 하던 박씨가 생활에 많은 부분을 도와줘 평소 가족처럼 지냈다”며 “친지들과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2005년부터 가족보다 친한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딸은 B씨를 삼촌으로 여기고 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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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선 “관내 노성산성 인근 주차장에서 도로 운전 연수를 핑계로 뒷좌석에서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들었다”며 “그 당시 딸아이가 차량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쳐 상처를 입은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모친은 “세상을 모두 준다고 해도 B씨와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그에게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절규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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