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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5000만원 대출까지 받아 취직했는데…" 수억원 '꿀꺽'하고 잠적한 사장[경제범죄24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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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대 외제차 구매 유도

차량 관리 명목으로 명의 이전

“의전차량 기사 모집합니다. 고수익 보장”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4월. 일자리를 찾던 40대 김모씨는 온라인에 올라온 운전기사 모집 공고 게시글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이력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를 제출한 뒤 면접까지 본 김씨는 마침내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됐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김씨는 해당 업체 대표 A씨(31)와의 면담에서 다소 의아한 제안을 받았다.
아시아경제

주차돼 있는 외제차량. 연합뉴스


A씨 김씨에게 제안한 이야기의 골자는 의전차량 운전기사를 하기 위해서는 고급 외제차량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감이 있는 날에는 의전차량을 운전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렌트카 사업도 병행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수천만원을 당장 투자해야 한다는 A씨의 말에 김씨가 머뭇거리자, A씨는 “어차피 차량 관리는 회사에서 해주고, 퇴사할 때 다시 판매하면 되니 걱정할 게 없다”며 설득했다. 결국 당장 일자리가 급했던 김씨는 캐피탈사에서 차량 대출까지 받아 5000만원에 달하는 중고 외제차를 구매했다.

김씨가 차량을 구매하자 A씨는 차량 관리 등의 이유로 명의를 회사로 이전하도록 권유했고, 김씨는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했기 때문에 다시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A씨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일감이 많다던 A씨의 당초 설명과는 달리 한 달이 넘도록 김씨는 의전차량을 몰 기회가 없었다. 렌트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도 전혀 정산받지 못했다. 김씨가 언제부터 운전 업무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봐도 A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답변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김씨가 취업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2020년 5월 A씨가 잠적했다.

뒤늦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씨가 A씨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꽁꽁 숨어버린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천만원을 들여 마련한 자신의 차량 역시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결국 김씨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을 접수한 경기 의정부경찰서 수사2과는 김씨 사례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취업 사기 사건이 여러 건 접수된 것을 파악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10명이었고, A씨에게 넘긴 차량들의 가액만 합쳐도 7억여원 수준이었다. 의정부서 수사2과는 각 일선서 사건들을 모두 병합해 수사에 나섰지만, A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렇게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하던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올해 10월. 경찰청의 중요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명단에 A씨가 등재된 직후였다. 명단 공개 이후 A씨가 자수를 하겠다며 의정부서를 찾아온 것.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줄곧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그동안 수사 내용들을 토대로 A씨를 구속하고, A씨와 함께 범행을 주도한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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