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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 2~3년 기다릴 판"…초유의 군의관 4000명 '입영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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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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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째에 접어든 의정갈등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초 불거질 사직 전공의들의 군 입대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직한 전공의 중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입대해야 하는 전공의 숫자가 군이 통상 한해 수용하는 인원을 한참 넘어선 상황이라 군 당국은 고심 끝에 입영 대상 선발 방식을 최근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병무청은 4000여명에 달하는 내년 군의관·공보의 입영 대상자 중에 의무사관후보생 제한연령인 ‘만33세’에 임박한 이들을 우선 선발하고, 남는 정원은 무작위 추첨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매년 3월 군의관 700~800명, 공보의(의과) 400~600명 등 약 1200여명을 신규 배치한다. 일반적인 경우 입영 대상 인원이 필요 인원을 초과하지 않지만, 올해는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1만2000여명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사직함에 따라 전년 대비 4배 수준인 4000여명의 입영 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병역 미필 전공의들은 수련 시작 전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돼 수련을 마친 뒤 입대하는 조건으로 병역을 연기하는데, 사직으로 수련이 중단되면 가까운 입영일자에 입영해야 한다.

병무청은 사상 처음 있는 ‘인원 초과’ 사태를 앞두고 입영 순서를 결정하는 방안을 고심해왔다. 앞서 지난 3월 이기식 전 병무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사태가 지금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입대 순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관련 훈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공의 과정 연차 순, 나이 많은 순 등으로 입대시키는 방안을 언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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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오후 전남 화순군 백아보건지소의 진료실이 공보의 차출로 인해 불이 꺼져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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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안 중 33세에 임박한 이들을 우선 선발키로 한 것은 이들이 후순위로 밀릴 경우 입영이 불가해질 수 있어서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상 의무사관후보생 지원 대상은 ‘33세까지 정해진 수련과정을 마칠 수 있는 자’로 규정돼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33세를 초과하면 (공보의·군의관으로) 소집이 불가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병력 소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초 입영하지 않으면 제한연령을 넘어가게 되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키로 했다”며 “해당 인원으로 채운 뒤에 정원이 남으면 무작위로 추첨하는 방식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도 “33세까지 수련을 못 마친 분들이 (내년 입영대상이 아닌) 후순위가 되면 군대를 못 가게 되거나 다른 형태로 병역을 이행해야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불공정하기 때문에 제한연령 안에 최대한 입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병역 제한연령에 가까운 전공의가 아니라면, 본인이 내년 입영을 희망해도 불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상당수 미필 전공의들은 올해는 일단 개원가 등에 일반의로 취직해 일하고, 내년까지 의정 갈등이 이어질 경우 입대해 사태 해결을 기다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 서울 소재 대형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어차피 내년에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진로를 고민할 시간은 충분하다”며 “군대를 다녀오면 사태도 해결돼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공의 중 상당수가 ‘이참에 군대나 가자’는 생각 중인데, 원하는 시기에 빨리 다녀오지 못하고 2~3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7~38개월인 공보의·군의관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사직 전공의들이 제대 후 수련에 복귀하려 해도 TO(정원)가 차있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B교수는 “입대해야 하는 전공의들은 최소 만 3년은 넘어서야 돌아올 수 있을텐데, 그때까지 그들이 떠난 자리가 그대로 비어있겠느냐”며 “그때쯤 졸업한 의대생들과 경쟁해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사직 전공의 C씨는 “군대 문제가 큰 상관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혼이나 커리어 계획에 입대 시기가 걸림돌이 되는 사람도 있다”며 “군대에 다녀오면 지금까지 수련한 기간을 날리게 될까 봐 막막하다”고 말했다.

내년에 전공의로 복귀하더라도 처음 수련 시작 때와 달리 입대를 수련과정 완료 후로 미루기도 어려운 상태다. 병무청은 “수련과정 중단 시에는 가까운 입영기일에 입영해야 하고, 인턴·레지던트에 다시 채용되는 사유로 수련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수련특례’를 통해 하반기 모집 때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한해 수련을 이어갈 수 있게 조치해준 바 있다. 이런 특례가 다시 마련되지 않으면, 미필 전공의들은 내년 초 입대하거나, 언제 입영 통지를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몇 년을 보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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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시내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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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아직 의무사관후보생이 아닌 의대생들 사이에선 비교적 복무 기간이 짧은 현역병(18개월) 입대를 택한 이들이 많아, 이들이 의대를 졸업하는 5년여 뒤부터는 군의관·공보의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37개 의대에서 군입대를 이유로 휴학 허가를 받은 인원은 1059명이었다. 지난해 162명에 비해 6.5배 많은 규모다. 의대증원에 반발해 시작한 ‘동맹휴학’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군복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4년 가량 공보의·군의관 입영 대상이 넘쳐서 문제인 반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공보의·군의관 자원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예정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대생들의 현역병 선호는 이번 사태 이전부터 증가하던 흐름”이라며 “공보의 부족으로 인한 취약지 의료 공백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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