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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뜻있는 곳에 성과가 있다… 국정감사의 깨달음 [초선의원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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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황정아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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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 시즌이다. 3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휘몰아치듯 지나갔다. 첫 국정감사에서 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원자력안전위원회, 정부출연연구소, KBS, EBS 등의 감사를 진행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민들께 제보를 받기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진위 판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두질의, 서면질의 등 중요도에 따라 안건을 분류, 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질의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우선 순위도 정해야 한다. 일자별로 당일 출석하는 기관 증인들과 일반인 증인들, 참고인들을 대상으로 질의를 한다. 질의 시간은 고작 7분, 5분, 3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정해진 순서에, 제한된 시간 안에 질문을 마치고, 기대하는 답변을 끌어내야 했다.

국정감사에 앞서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의 비리, 예산 낭비, 잘못된 정책 등을 찾으려 노력했다. 업무추진비 내역이나 기관장 신상 자료 등을 확보하려는 국회의원과 되도록 핵심 자료를 내놓지 않으려는 피감기관의 줄다리기는 치열하다. 지적하고 질책하는 의원과 해명해야 하는 정부 부처 담당자가 벌이는 싸움은 살벌하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감사는 밤 12시가 지나서 끝나기도 한다. 국정감사가 3주 동안 이어지다 보니, 정부 부처에도, 국회의원에게도 참 힘든 기간이다. 언론이 주목하는 상임위는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거나 큰 쟁점이 있는 상임위다. 과방위는 방송장악, 언론탄압 이슈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상시 일촉즉발 상태로 긴장해야 한다. 과학 분야 질의에는 정책 질의를 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나는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계가 처한 위기를 집중 질의하고, 현장 연구자들과 청년 연구자들의 처우 개선에 집중했다. 이공계 분야의 자발적 실직자 통계를 활용해 청년들의 암담한 현실을 지적했다. 예산 삭감으로 올해 217개의 R&D 연구과제가 중단됐고, 1만2,000개 과제가 협약을 변경하면서, 이에 따른 매몰 비용은 2,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가 운석처럼 떨어져 과학기술계 대멸종을 일으킨 형국이다. 올해 실업급여를 신청한 연구직은 1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우수 평가를 받은 계속 과제들조차 올해 예산이 삭감되면서, 연구자들은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학생들이 떠나고 있다는 점. 최근 3년간 의대 진학을 사유로 카이스트를 자퇴한 학생이 189명이나 된다. 의대 정원 증대와 맞물려 올해 말까지의 통계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이공계 인재들이 투자해 온 시간과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돌아서는 근본적 원인은 이공계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적 현실 때문이다.

구두로 미처 다하지 못한 질의는 서면 질의로 대체하고, 정부 부처의 답변을 받아냈다. R&D 예산 추가 증액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냈고, 현장 연구자들의 처우개선 방안 마련에 대한 과기부 의지를 확인했다. '유지자 사경성'(有志者事境成·뜻있는 자만이 마침내 이룬다)이라 했다. 이제 다시 또 시작해 보자.
한국일보

황정아 물리학자·대전유성구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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