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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금)

파월 연준 의장 “트럼프가 사임 요구해도 물러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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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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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사임을 요구하면 물러나겠습니까.” (기자)
“아니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법적으로 사임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연준 기자회견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더라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초 이날 회견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이틀 전 대선에서 연준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취재진의 거취 질문에 그가 단호히 대답한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및 금융규제를 관장하는 중앙은행인 연준은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기관이다. 연준은 7명의 이사회 구조로 운영되는데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의장으로 선택하면, 상원 인준을 거쳐 의장에 임명한다. 의장 임기는 4년, 이사 임기는 14년이며, 연준 의장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여겨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정권의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의장을 다음 정권에서 재임명하는 것 또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대통령으로 일할 당시 처음으로 이 관행을 깨고 오바마 행정부가 임명한 당시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을 4년 만에 연준 내 유일한 공화당 인사였던 현 파월 의장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그 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불만이 폭발했다. “저금리를 지지하는 의장일 줄 알았는데 금리를 올리고 있다”, “연준은 미쳤다”, “나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고 너무 독립적이다” 등 발언으로 임기 내내 각을 세웠고 2020년에는 해임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 정권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파월 의장을 재임명했고 이에 따라 그의 임기는 2026년까지로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과거 1960년대 린든 존슨이나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 긴장으로 신체적 위협까지도 오간 적 있다”며 “그러나 심각한 위법행위나 권력남용이 있지 않는 한 법적으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고할 권한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에도 “대통령이 연준에 최소한 발언권은 가져야 한다”며 “연준은 많은 면에서 잘못 판단하고 있으며 의장보다 내 직감이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은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긴장 관계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 불과 이틀 만에 나온 이런 발언은 앞으로 일어날 권력 투쟁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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