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식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실제로 대관료가 무료이거나 단돈 10만원인 곳들이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비용 부담 없이 결혼식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간만 마련돼 있을 뿐, 나머지 부대 비용은 예비부부의 몫이다. 피로연을 열 수 없고, 주차가 유료인 곳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공공예식장의 가치는 더 떨어진다.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4편, 배보다 배꼽이 큰 공공예식장의 민낯을 살펴봤다.
공공예식장은 공간만 빌려줄 뿐, 나머지 부대 비용은 예비부부의 몫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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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 객사. 공공예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격은 얼마일까. 장소 대여료는 5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곳을 결혼이 가능하도록 꾸미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그건 또 얼마일까. 지역 웨딩업체에 낙안읍성 객사에서의 결혼을 문의했다. 견적서는 이랬다. 남·여 혼례복 각각 1벌 20만원, 가마 등 소품대여 20만원, 혼례상차림 20만원, 혼례 진행 20만원, 의자·천막 등 행사 준비 소품 임대 30만원, 행사 진행 스태프 30만원 총 140만원이 들었다.
선택 품목도 있었다. 사진 60만원, 스냅사진 60만원, 영상촬영 50만원, 전문 사물놀이패의 축하공연 60만원 등이었다. 선택 품목과 장소 대여료까지 합치면 총 420만원에 달했다. 피로연은 장소 특성상 불가능했다. 그래도 예식장인데, 식사를 해결할 장소가 없다는 건 도통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럼 피로연이 가능한 공공예식장의 가격은 어떨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통마당의 대관료는 0원이지만, 전담업체에 상담을 받아본 결과 결혼식을 치르는 비용은 1400만원에 육박했다. 구체적인 가격은 스태프 4인 포함 디렉팅 및 진행 120만원, 음향 50만원, 전기사용 발전기 30만원, 의자·테이블 렌털 80만원, 꽃장식 생화 500만원, 박물관 내 거울못식당 1인당 6만원(100인 기준 600만원)이다.
자! 어떤가. 공공예식장의 장소 대여료는 각각 50만원, 0원이지만, 실제로 드는 가격은 그것을 훌쩍 넘어선다. 두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스쿠프가 조사한 전국 133곳 공공예식장의 평균 이용료는 11만2000원이었다. 충분히 싸다고 느낄 수 있는 가격이다. [※참고: 전체 139곳의 공공예식장 중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이하 서울), 매헌시민의 숲, 용산가족공원 그린결혼식, 월드컵공원 소풍결혼식 등 4곳과 운영을 중단한 부천 소향관·소사홀 2곳을 뺀 133곳의 공공예식장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싼 가격이 아니다. 가뜩이나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33.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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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공공예식장이 다른 부대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국 공공예식장 133곳 중 뷔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단 3곳(강원 원덕읍 복지회관·충북 음성군 여성회관·경남 김해시 비즈컨벤션센터)뿐이었다. 정작 공공예식장의 3분의 1이 몰려 있는 서울(29곳)·경기(11곳)·인천(2곳) 등 수도권엔 뷔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한곳도 없었다.
물론 케이터링(출장 뷔페)이 가능한 공공예식장이 있지만(53곳) 편한 방법은 아니다. 케이터링 업체를 결정하고, 음식을 고르고, 추가 비용을 치르는 것까지 온전히 예비부부의 몫이어서다. 더 큰 문제는 피로연이 불가능한 예식장이 49곳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전체 공공예식장의 36.8%에 달하는 수치다.
무료주차가 가능하더라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한 수도권의 경우 무료주차가 가능한 곳이 절반(45곳 중 20곳)을 밑돌았다. 3~4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한 2곳을 포함해도 22곳뿐이다. 주차장을 확보한 공공예식장 68곳은 모두 지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찾아온 하객들에게 식사 대접은커녕 주차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니 공공예식장이 예비부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결혼을 앞두고 공공예식장을 찾아가 상담해본 예비신부 신진희(가명·34)씨는 "결혼식을 축하해준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시설 특성상 피로연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면서 "이런 이유로 공공예식장에서 결혼할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공공예식장의 불편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복잡한 결혼 준비 과정을 도와줄 '웨딩 플래너'가 없다는 불편한 요소 중 하나다. 올해 4월, 공공예식장인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결혼을 한 노연주(34)씨는 "결혼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며 "전문적인 웨딩 플래너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보통의 웨딩 플래너들은 '여기서 어떻게 하실래요?'라며 먼저 물어보는데, 웨딩 플래너가 없어 일일이 모든 것을 요청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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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식장은 저렴한 비용뿐만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을 탈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공공예식장에 내재한 단점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김선미 광주대(사회복지학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공공예식장은 장소만 대여하는 것을 넘어 경제성, 자율성, 편의성, 그리고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지역 특색, 그 장소의 상징성 등 의미가 있어야 예비부부들의 선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공공예식장은 단순히 사각지대를 메꾸는 것에서, 기존 표준화한 웨딩홀과는 다른 특별한 장소로 진화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예식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 장점을 승화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5편에서 이어가보자.
hongsam@thescoop.co.kr<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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