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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세기의 이혼' 새 국면 맞을까…최태원·노소영 소송 대법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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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심리 지속 여부 8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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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심리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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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 지속 여부가 8일 결정된다. 만약 심리를 이어갈 경우 반격 카드를 쥔 최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자정까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정식 심리 여부를 결정한다. 대법원은 상고심 특례법에 따라 상고 기록을 받은 날부터 4개월 안에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이날까지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면 2심 판결이 확정된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혼 소송 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이 그대로 정해지는 것이다.

다만 SK그룹 경영과 임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양측이 여러 쟁점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심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회장 측은 보유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 재산'이라는 입장이다. 노 관장 측은 유무형 기여를 통해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심리가 이어질 경우 SK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볼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심은 주식을 특유 재산이 아닌 부부 공동 재산으로 봤으나, 판결 이후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최 회장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상속·증여받은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 회장 측도 대법에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쪽의 특유 재산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취급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될 것"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재계의 공통된 시각은 최 회장의 반격 카드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상고심 심리를 지속할 수 있을 때 얘기다. 대표적으로 SK 주식 가치를 판결문에 잘못 적었다가 사후 경정(정정)하는 등 2심 판결과 관련해 앞서 매끄럽지 않은 대목이 있었다. 최 회장 측은 2심이 주식당 가치 부분을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뒤늦게 경정한 것에 대해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하며 재산분할 근거가 된 주식 가치가 달라져 재산분할 금액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있었다면 이를 상고로 바로 잡는 것은 상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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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에 유입됐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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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비자금 유입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 300억' 비자금 약속어음 메모를 기정사실화하며 이 자금이 SK 성장에 마중물이 됐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현재 이와 관련해 신빙성 논란이 증폭되는 중이다.

오히려 '비자금 메모'를 놓고 'SK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한 노후 자금'이라는 정반대의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실제로 어음 발행일은 지난 1992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이다.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윤석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앞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줬다면,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말했다. SK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도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SK에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비자금 메모'의 증거력을 둘러싼 의심이 지워지지 않은 가운데, 대법원은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단 '노 관장의 유무형적 기여'로 인정된 대목에 대해 법리적 확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고 인정한 2심의 판단이 법률 원리에 맞는 것인지 따지게 될 전망이다. 비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 이동통신 사업 진출,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의 주장은 앞서 구체적 물증이 나오지 않아 다시 들여볼 필요가 있다. 만약 비자금 유입설이 사실이더라도 경영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노 관장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지 여부도 재차 살펴볼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면 이는 최 회장이 아닌, 노 관장 측에서 증명해야 할 부분"이라며 "2심만 놓고 봤을 때 '노태우 비자금'의 진위 확인 절차가 명확하진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노 관장을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범죄 수익 은닉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승소를 위해 비자금의 존재를 뒤늦게 알렸고, 이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었다. 정치권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범죄 수익 은닉, 불법 증여 등 혐의로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한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노 관장의 진술과 김 여사의 메모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 수익을 은닉해 왔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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