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라고 하면 흔히들 '대단한 기술'을 생각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대박을 친 특허제품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포스트잇, 지퍼락, 플라스틱 뚜껑 등 특허제품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특허'에 쉽게 접근하는 경로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가 '강형석의 나만 아는 특허법칙'을 통해 그 경로를 제시한다. 그 첫번째 공공시장에서 필요한 특허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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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조6000억원. 지난 5월 조달청이 발표한 2023년 기준 공공조달 전체 계약 규모다.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치로, 2023년 정부 총예산(638조7000억원)의 32.7%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동안 공공조달 계약 규모는 2019년 160조원, 2020년 175조8000억원, 2021년 184조2000억원, 2022년 196조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눈여겨볼 건 2023년 공공조달 전체 계약액의 64.6%(134조8000억원)가 중소기업과 체결한 계약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공공조달 시장은 중소기업들의 격전지인 셈이다.
원래 중소기업 입장에서 공공조달 시장은 접근성 좋은 곳이 아니었다. 공공기관을 상대하다 보니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뚫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공공조달 시장에 길들면 경쟁시장에서 도태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의 공공조달 계약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건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불편함과 불안함, 선입견을 상쇄할 만한 이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첫 진입이 어려워서 그렇지, 체계만 잘 잡아 놓으면 이후부턴 제법 수월하다. 또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시장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중소기업 공공조달 계약액의 0.6%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가 적으니 구매 목표액도 적은 셈이다.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기술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기업이라면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실제로 이미 많은 기술기업이 영리하게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제도 등을 활용해 실속을 차리고 있다. 좋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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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기반으로 조달청 혁신제품과 우수제품에 지정되면 구매금액과 상관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데다, 정부가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홍보를 해주는 것은 물론 판로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특허청 심사관의 예리한 눈을 통과하려면 신청서에 핵심 기술의 효용성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그 특허로 인해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잘 설명해야 한다. 독점권을 부여해줄 만큼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기술인지,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가치가 있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좋은 특허'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특히 핵심 기술과 주변 기술 중 핵심 기술로 승부를 봐야 하며, 주변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를 전략적으로 연결해 확장성을 보여주면 더욱 좋다.
그럼 좋은 특허란 뭘까. 첫째는 상용화할 수 있는 특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쓰는 포스트잇, 지퍼락, 플라스틱 병뚜껑 등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을 뿐이다.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했다면 여전히 특허로만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
둘째, 상업화 성공 이후에 나타날 분쟁을 방어할 수 있어야 좋은 특허다. 그러려면 특허 출원 전에 철저한 조사와 분석 절차를 거처야 한다. 선점 가능한 분야로 출원하는 등 사전 조치도 잘 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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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공공서비스 질을 개선해줄 수 있는 기술 특허라면 금상첨화다. 예컨대 특허 기술이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술의 관심도가 확 올라갈 게 분명해서다. 야간 버스 무정차 통과 방지를 위한 버스 승강장, 해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장치,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발광 차선 등이 대표적이다.
종합해보면 특허는 기술력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 상용화했을 때 사회나 시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어쩌면 더 중요하다. 특허가 공공의 영역에 필요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대단한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작은 기술이어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면 '좋은 특허'가 될 수 있다.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매까지의 긴 시간,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 y)'을 넘지 못해 허무하게 주저앉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이들에게 '좋은 특허'는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kangsek@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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