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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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우려가, 희망보다 실망이 컸던 140분이었다. 여야 원로와 전문가들은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하나같이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여권 원로들은 윤 대통령의 화법과 태도를 무엇보다 아쉬워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서 ‘미쳤냐’, ‘부부싸움을 하겠다’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나 싶다”며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은 어려운 문자를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쉬운 말로도 품격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미국 제도를 거론하며 ‘인권 유린’을 주장한 걸 두고 윤 전 장관은 “본인이 특검으로 가장 핫하게(뜨겁게) 뜬 사람인데 우리와 다른 미국 얘기를 꺼낸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조금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봤지만 ‘저 사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싶었다”며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 생각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장관.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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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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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시절부터 당 상임고문을 지낸 유준상 전 의원도 “대통령이 솔직, 담백하게 얘기하려는 노력은 했지만 듣는 국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피해 가는 등 “정치 리더로서 국민감정에 대한 헤아림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국가를 위해 ‘뭔가 해보겠다’는 사람 윤석열의 의지는 읽혔지만, 이번 담화가 하반기 국정운영 모멘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는 데 원로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통화에서 “영부인 문제는 ‘잘못했다’고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민에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변명한 셈”이라며 “12살 아래 부인한테 꽉 잡혀 살면서 부인 변명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아내가 순진한 면도 있다”고 한 걸 두고 “결국 국민들을 약 올리는 변명을 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회견이 아니라 문제를 증폭시킨 회견이 돼버렸다”라고도 했다.
‘향후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몰라서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 이젠 정말 여권 정치 원로들의 조언을 상시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대철 헌정회장.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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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전 국회의장.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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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전 국회의장 역시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자꾸 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딱 짚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사과했다. 이런 겉핥기식 사과로는 좋은 결과를 못 얻는다”는 것이다. 문 전 의장은 지난 2015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 꿇고 사과한 일을 예로 들며 “사실관계에 따라 진실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사과”라고 설명했다.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의 평가는 더욱 신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2027년 5월 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오늘 회견으로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대통령이 스스로 날려버렸다”고 혹평했다. 그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 없이 2시간 20분 넘는 시간을 낭비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라고도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도 “학점으로 치면 ‘B 제로’ 수준의 회견을 했다”는 평가를 했다. 양 명예교수는 “대통령은 단순 명료해야 하는데 지루하게 자기 넋두리를 한다는 인상을 줬다”며 “국민의 체증이 해소되지 않아 앞으로 야당이 무엇을 공개하느냐에 따라 정권이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신인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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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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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김민정·김정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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