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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아내 두둔하다 끝난 尹 기자회견... 고개 숙였지만 의혹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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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20분간 최장 기자회견... 11번 사과 입장 밝혔지만
녹취 내용 언급 없이 "부적절한 일 없어", 여사 논란엔 "순진한 면"
"국민이 싫다고 하면 대외 활동 안 해야"... 11월 순방 동행 안 할 듯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최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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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 돼서 이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다 맞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과는 했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며 11차례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하지만 형식에 그쳤다. △공천개입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의 관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 정국을 뒤흔든 이슈에 대해 설명을 흐리거나 반박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떤 부분에 대한 사과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피해갔다. "소탈하고 진솔했다"는 일부 긍정적 평가와 달리 시종일관 김 여사를 감싸는 부분이 도드라져 득보다 실이 컸다. 윤 대통령의 남은 절반 임기를 좌우할 분수령이 되는 자리였지만 정국의 반전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심의 초점은 취임 전날(2022년 5월 9일) 명씨와의 통화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얼마나 속시원하게 털어놓을지,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잠재울 전향적 해법을 제시할지에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먼저 담화를 통해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친 일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저자세는 여기까지였다. 취재진과 일문일답에서 그간의 모든 의혹을 반박하는데 주력했다. 명씨와의 통화내용 공개로 증폭된 ‘공천개입’ 의혹에 “무슨 공천에 관해 얘기한 기억은 없지만, 했다면 당에 이미 (공천이) 정해진 것을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이 경선 때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 좀 해주라고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녹취록 발언에 정확한 해명은 없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이후 명씨와 소통을 끊었다는 기존 대통령실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선 “어쨌든 명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를 (비서실장에게)한 기억이 있다”며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얘기하기는 그러니까 사실상 경선 이후로는 연락을 안 했다는 그런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책임을 참모진에 떠넘겼다.

김 여사가 명씨와 연락을 이어온 이유에는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일상적인 것이 많았다"고 했고, 김 여사의 대외활동·사적 연락으로 인한 잦은 논란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지적에도 “어떤 면에서 순진한 면이 있다”며 “(아내가) 조금이라도,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인연을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그런 걸 갖고 있다 보니 그런 문제가 생긴 거 같다”고 답했다.

김 여사를 향한 비판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아내가 의도적인 악마화나 가짜뉴스, 침소봉대로 억울함도 본인은 갖고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국민에게 걱정 끼쳐드리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삼권분립 위반”, “정치 선동”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사과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명씨와 관련한 내용 등 일부는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라 그것은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향후 행보와 관련, "대외활동은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달 예정된 해외순방 일정에도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순차적 인적 쇄신 의사도 밝혔다. 다만 “내년도 국회 예산(안)이 마무리되고 나면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해 줘야 국민 민생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고, 미국 대선으로 내년 1월에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모든 틀이 한두 달 사이에 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감안해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나 지적한 ‘김 여사 측근’ 문제에 대해서는 "'김건희 라인'이란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며 "과거 육영수 여사가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듯 아내로서 조언한 걸 마치 '국정 농단화'하는 건 우리 정치 문화와도 맞지 않는 거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또 한 번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였다. 직전 조사인 2주 전과 비교해 3%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NBS 기준 국정 지지율이 20% 아래로 하락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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