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 시대]
지난달 27일 미국 미시간주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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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패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에서 ‘잡은 고기’로 여겼던 무슬림(이슬람 신자)과 흑인 유권자층의 이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무슬림은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처에 실망을 품고 있었는데, 군사적 지원에 대해 칼같이 날을 세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달리 해리스는 현 조 바이든 정부와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아랍계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경합주 미시간주의 디어본에서 이런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거주자 50% 이상이 무슬림인 이곳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60%가 넘는 표를 던졌지만 NBC가 공개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번에는 트럼프에게 47%가, 해리스에게는 28%만이 투표했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트럼프는 가자지구 사태 등에 아랍계 미국인들이 분노한 덕을 미시간에서 봤다”고 분석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또한 지난 8월 미국에서 아랍계가 많이 사는 주 중 하나인 미시간에서 무슬림 유권자 40%가 ‘제3후보’인 녹색당 질 스타인을 지지한 반면 해리스는 12%를 얻는 데 그쳤다고 했다. 해리스 지지율은 트럼프(18%)보다도 뒤졌다. 해리스조차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에 실망한 무슬림 유권자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를 뽑지 않는 대신, 제3 선택인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에게 표를 던져 결과적으로 트럼프 승리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흑인이라는 해리스의 대표성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표심을 완전히 붙들지는 못했다. 5일 발표된 CNN 출구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에게 투표한 흑인 여성은 91%에 달하는 데 비해 남성은 77%에 그쳐 5분의 1에 가까운 흑인 남성(21%)이 트럼프를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생식권·낙태권 문제에 집중한 해리스에게 흑인 남성층이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랍계·아시아인 등을 포함하는 ‘기타 인종’ 역시 48%는 해리스, 46%는 트럼프에게 투표해 ‘유색인종=민주당 편’이라는 공식을 벗어난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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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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