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내용은 적시 안 해 아쉬워
김 여사 국정개입 의혹 해소하고
인적 쇄신 등 가시적 조치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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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단상 앞으로 나와 서서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또 “저와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고쳐야 할 부분들을 고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정치 지도자의 사과가 국민 마음을 움직이려면 구체적이어야 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오죽하면 현장에서 사과가 ‘두루뭉술하다’는 출입기자의 지적이 나왔겠는가. 명태균씨와 관련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누구 공천해 주라는 얘기는 해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공관위에서 들고 왔길래 김영선 해주라 했다”는 녹취에 대한 해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회견이 15분간의 담화를 포함해 140분간이나 진행됐으나 속 시원한 대답은 찾기 어려웠다.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과거 육영수 여사께서도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아내의 조언을 국정농단화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자로서의 조언과 인사개입 등 국정농단을 구분하지 않고 의혹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어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제 처를 그야말로 악마화시킨 것이 있다”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본인(김 여사)도 억울함을 갖고 있을 것이지만 ‘사과 많이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에는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며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김 여사의 활동을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발령했다고 공개했다.
어제 회견은 윤 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 분기점이었다. 파격적인 쇄신 조치들이 나왔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도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번 회견으로 국민 마음을 움직여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윤 대통령은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고 했다. 원론적인 언급에 머무른 김 여사의 공식 활동 중단,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 인적 쇄신 등에 대해 가시적인 조치가 즉각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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