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40분 대국민 기자회견서 사과
“부덕의 소치, 김여사 악마화시킨 것도”
야권 “무성의·무책임·무대책의 3무 대국민 담화”
여권서도 친한계 친윤계 간 평가 온도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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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야권은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며 무대책인 3무 대국민 담화”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여권 내에서도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 간 극명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친윤석열계는 당정화합에 방점을 찍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친한동훈계에선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했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총 2시간20분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국민담화는 15분이었고, 나머지 125분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의혹, 인적·국정쇄신,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취, 한미·한미일 협력 등 여러 현안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열며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국정 브리핑을 진행하겠다. 모든 게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고개 숙인 사과는 처음이다.
사과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2년 반을 돌아보고 앞으로 시작을 하는 가운데 국민들께 감사 말씀과 사과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들께 사과드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사과’라는 단어를 10여번 언급했다. 이밖에도 ‘잘못’, ‘불찰’, ‘부덕의 소치’, ‘죄송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사과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다만 수차례 사과를 표현하면서도 김 여사 특검법과 명태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인적 쇄신 등에 대해선 기존과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김 여사, 명씨를 둘러싼 국정개입 여부를 두고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를 치르고 국정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쿠키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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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국민담화를 두고 국민의힘 내 반응은 엇갈렸다. 친윤계 원내지도부에선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솔직한 대화를 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오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선의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솔한 담화와 회견이었다. 여러 차례의 겸허한 사과와 다양한 주제, 현안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상범 의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 아주 진솔하고 진지한 사과를 하신 것으로 저는 받아들였다”며 “각종 사안에 대해 정치적 동기를 떠나서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는 솔직한 면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담화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사과하고 싶은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도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부인을 악마화하고 있다’, ‘아내 조언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아내의 처신에 사과드린다는 것과 상치된다. 당사자인 대통령이 본인의 부인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7·23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뛰었던 진종오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점 만점에 6점”이라며 “차라리 짧고 강하게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대국민담화가 진행 중이던 오전 국회 집무실을 떠난 후, ‘숙고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던 당시에도 메세지를 고심한 바 있다. 전날 당 소속 5·6선 의원, 3·4선 의원들과 가진 연쇄 간담회에서도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들을 전달할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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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무성의·무책임·무대책의 3무 대국민 담화”
야권에선 “국정마비의 확인사살”,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며 무대책인 3무 대국민 담화” 등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윤 대통령의 사과가 불분명하고, ‘김건희 특검’을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는 처참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경도 참담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은 술자리에서도 듣기 어려운 수준의 횡설수설로, 시민들 사이에서 ‘아무말 대잔치’라는 평가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이럴려고 생중계를 지켜봤나’라는 자괴감을 느꼈다는 반응도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이 삼권분립 위배라면서 정작 자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특검에 왜 참여했나”라며 “죄를 지었으니 특검을 거부한다는 자신의 말 그대로 죄를 지은 게 많아서 특검 거부하는 거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헌희 여사를 선택했다”며 “시종일관 김건희 지키기에만 골몰한 대통령의 모습은 오늘 기자회견이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똑똑히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담화와 관련한 질문에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이르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의 담화를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며 무대책인 3무 대국민 담화”라고 비판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을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며 “국민은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청탁금지법, 직권남용 등 헌법과 법률 위반 의혹을 명백히 밝히고 처벌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특검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일축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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