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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예상했지만 답은 없다, 트럼프 당선에 깊어지는 中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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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곧 가동될 트럼프 행정부, 中 60% 관세 폭탄 예고

경제 위기 추가 타격 우려, 中 “대화와 타협” 강조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약 1년 전 중국 베이징의 한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 사회과학원의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다.

중국측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가속하면서 갈등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빠진 국내 상황을 볼 때 적극 대응하기에도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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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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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전화한 시진핑 “호혜적 협력 확대”

7일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대선 당선을 축하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양국이 새로운 시대에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양국이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의 축하 인사와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유력 같은 간단한 소식을 제외하면 중국 관영 매체 보도에서 미국 대선 관련 내용을 찾긴 어렵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이날 조간 신문에서도 1면은 물론 국제면에도 미국 대선을 다룬 기사는 없다.

중국 정부측에서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우리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는 간단한 멘트만 있다. 그만큼 미국 대선 결과를 논평하기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에서 대선 후 미·중 관계를 언급한 칼럼을 통해서만 현재 중국의 시각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중국-유럽-미국 글로벌 이니셔티브 창립자인 데이비드 고셋은 차이나데일리 칼럼에서 이번 대선 영향이 가장 극명하게 느껴질 분야는 미·중 관계라고 지목했다.

그는 “이 경쟁 관계는 조만간 사라지지 않고 더 큰 세계적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진정한 변화를 위해선 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즉 중국 전략의 의도에 대한 미국 이해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이 커진다고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양국이 힘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칼럼의 주장이다. 양측의 관계는 대화와 외교를 통해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자고 촉구한 것처럼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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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롄윈강의 한 항구에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 대기 중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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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직면한 中 “美와 전쟁 피하고 싶을 것”

중국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짐작하고 있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통 자오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은 미국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다”며 “트럼프의 승리가 중국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고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만 완전히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상된 결과라고 해도 지금 경색된 미·중 관계가 쉽게 풀릴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당시 크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등 제재를 강화했지만 첫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약으로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를 내걸었는데 중국산은 최고 60%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272억달러(약 594조원)에 달한다. 가격이 저렴한 제조업 제품들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 관세 폭탄에 따른 충격은 불가피하다.

통 연구원은 “중국은 또 트럼프가 기술과 공급망의 디커플링을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지난 트럼프 재임 시절에 비해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중국은 올해 목표인 연간 경제성장률 약 5% 달성이 위태로울 정도로 저성장에 직면했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가 부진하고 이미 미국·유럽연합(EU) 등의 관세 인상 타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전기차·배터리 등 수출에 의존했기 때문에 시 주석은 과거보다 훨씬 더 파괴적일 수 있는 관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며 “만약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관철시킨다면 중국 당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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