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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휴대폰 안 바꾼 탓'이라는 尹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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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제 주변의 일'이 무엇인지, 어떤 과오에 대한 사과인지 불분명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듯 항변을 보탰다. 윤 대통령은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사실도 아닌 것을 '명태균 씨에게 알려줘서 죄송하다'라는 사과를 기대한 것이라면 그건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도 없다. 모략이다. 그것은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잘랐다.

또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은데 대통령이 맞다 아니다 다퉈야 하겠는가"라며 사과의 대상을 건건이 특정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부른 정치적 혼란은 윤 대통령 부부가 초래했다. 취임과 더불어 명품백 수수 논란을 일으켰던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최근에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통한 국정 개입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의 석연찮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김건희 봐주기' 논란으로 번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자신이 명태균 씨와 2022년 5월 9일 전화통화에서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음성이 공개돼 공천개입 정황까지 드러난 상태다.

공사의 경계가 허물어진 모습이 드러난 윤 대통령의 육성과 배우자의 메신저 대화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 대신 '처신'에 대한 마뜩찮은 사과로 갈음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 2월 KBS 대담에서 명품백을 수수한 아내에 대해 "박절하지 못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했던 발언과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어긋난 처신의 이유를 대통령 취임 뒤에도 개인 휴대폰을 계속 사용한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때의 프로토콜대로 (휴대폰을) 싹 바꿨으면 되는데, 제가 원래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저 자신부터 못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의 발생 원인은 근본으로 들어가면 저한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 라인을 거치지 않은 채 지인들을 비롯한 외부인들과 사적으로 통화, 문자나 카카오톡, 텔레그램 메시지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지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설명을 장황하게 했다.

명태균 씨와의 대화도 "인연을 딱 못 끊어서" 생긴 일이며, "좋은 일로 전화했는데 고맙다는 얘기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고 했지만, 공천개입, 여론조작, 창원 산단 선정 등을 둘러싼 '명태균 의혹'의 쟁점들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2021년 국민의힘 입당 이후 김건희 전 대표가 새벽까지 지지자들에게 답장을 대신 보낸 일까지 공개하며 '쓴소리 하는 아내'라는 취지로 감쌌다.

윤 대통령은 "하루종일 사람들 만나고 여기 저기 다니고 지쳐갖고 집에 와서 쓰러져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5~6시인데 (배우자가) 안 자고 엎드려서 휴대폰에 답을 하고 있었다"며 "'미쳤냐, 잠 안 자고 뭐하는 거냐' 그랬더니 '아니, 이렇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습니다 라든지 잘하겠다 라든지 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했다.

또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육영수 여사도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에 대해 아내로서 한 조언 같은 것들을 국정농단화(化)하는 것은 우리 정치문화로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매정하지 못한 '처신' 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윤 대통령은 여야에서 제기된 특검법이나 쇄신 요구는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야당이 1순위로 꼽은 '김건희 특검' 요구에는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특검법 거부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제기된 김건희 전 대표의 외부 활동 제한 요구에는 "지금의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영부인 단독 행보는 줄이겠지만, 외교일정 등 의전상 불가피한 자리에는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 요구에도 윤 대통령은 "계통을 밟지 않고 무슨 일을 하는 것을 저는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공식 계통에 따르지 않는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쇄신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미다.

프레시안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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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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