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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황보현우의 AI시대] 〈18〉고객이 원하는 AI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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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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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부터 멀티모달 AI를 거쳐 AI 에이전트에 이르기까지 AI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들이 지면을 장식해 왔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매체들은 최신 AI 기술이 과거와 비교해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해 왔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언어 모형에 기반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추론과 예측에 주안점을 두었던 판별형 AI와 차별화된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이외에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모드의 입·출력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AI와 차이점을 지닌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개입없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AI와 기술적으로 다르다.

이런 기술적 진보에 발맞춰 많은 기업은 AI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AI 연구·개발 조직을 신설했으며, 고연봉의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해 왔다. 더불어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 절감 기조에도 불구하고 AI 프로젝트를 발주,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기대와 달리 AI 기술이 확연하게 기업 성과를 개선한 사례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많게는 80%에 이르는 AI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고 진단한다. 이는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객 니즈를 구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기술 채택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의 AI 조직들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 또는 현업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 최신 기술을 경쟁 기업보다 빨리 적용하는 데 노력해 왔다. 또한 고객의 사용 편의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키보다 더 많은 신기술을 AI 서비스에 탑재하는 데 집중해 왔다. 결과는 당연히 고객의 외면으로 귀결된다. 기업의 서비스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해야 하는 당위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고객은 AI 서비스를 사용함에 있어 기술적 차별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고객은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내 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하는 지'에만 관심을 가진다.

AI 기반 콜센터 사례를 살펴 보자. AICC(AI Contact Center)라 통칭되는 AI 콜센터는 STT(Speach to Text), TTS(text to Speach), 텍스트 분석(Text Analysis) 등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인간 상담원이 제공했던 전화와 채팅 상담을 AI가 대신하게끔 하는 서비스다.

많은 기업들이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을 들여 AI가 사람을 대신해 고객을 응대하게 했다. 주 목적은 도급 형태로 운영되는 콜센터의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효율성 향상의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났다. 단순한 조회 서비스의 경우 AI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AI가 고객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고객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최종 단계에서 인간 상담원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에 친숙하지 않은 고연령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AI 상담원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 결과, AI 상담원과 장시간 신경전을 벌인 고객이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해 짜증내고, 고객 만족도가 하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 고도로 숙련된 인간 상담원이 이미 불만에 가득찬 고객과 접하게 되어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고, 감정 노동에 시달리던 상담원의 줄이직 사태 또한 벌어졌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하나은행·하나카드의 경우 AI 기반 콜센터를 도입함에 있어 AI가 인간 상담원을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대신, AI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AI를 활용해 고객의 문의가 집중되는 시간을 예상하고, 이 시간대에 상담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고객 만족도가 상승한 것은 물론, 콜센터 직원의 업무 만족도 또한 개선됐다.

AI의 도입 효과는 기업의 접근 방식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AI가 본업이 아닌 대다수 기업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의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제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AI를 접근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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