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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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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푸치니의 러브스토리…오페라 ‘라보엠’, 미리 보는 ‘K-오페라’ 시대 예고[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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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7일 오페라 ‘라보엠’ 제작발표회 참석한 박혜진 단장과 엄숙정 연출(이상 정중앙), 출연 배우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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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K-오페라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39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오페라 ‘라보엠’. 작품의 예술감독을 맡은 박혜진 단장이 세대를 뛰어넘어 오페라의 새로운 문화혁신을 자신했다.

박 단장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라보엠’ 제작발표회를 통해 한층 젊어진 캐스팅 배경과 작품이 지닌 책임감을 설명했다.

푸치니 서거 100주기 기념 공연으로 펼쳐지는 ‘라보엠’의 테마는 ‘만남’이다. 19세기 파리 라탱지구의 크리스마스 이브,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실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됐다. 청춘 시절 가난한 보헤미안 예술가로 살았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 꿈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꼽힌다.

박 단장은 “서울오페라단만의 색깔을 입혀 처음 선보이는 ‘라보엠’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특색을 살려 무대를 꾸밀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작품에 맞게 젊은 성악가들을 주축으로 캐스팅했다. 누가 봐도 정말 잘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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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페라 ‘라보엠’ 제작발표회에서 (위에서부터) ‘무제타’ 역 김유미, ‘마르첼로’ 역 김태한과 ‘미미’ 역 황수미가 작품 속 명곡들을 미리 선보였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 19세기 젊은 예술가의 삶 노래하는 21세기 스토리

박 단장과 엄숙정 연출, 모든 출연자는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젊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서울시오페라단이 보여줬던 작품들에 비해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30~40대 초반까지 젊은 배우로 불린다. 오페라는 분야 특성상 대학 졸업 후 대부분 대학원 진학 또는 해외 유학을 선택한다. 어느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콩쿠르에 출전한다. 그래서 오페라 배우들의 데뷔 시기가 다른 예술 부문보다 늦은 편이다. 중도 귀국해 ‘팬텀싱어’ 등 방송으로 유턴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서울시오페라단이 첫선을 보이는 ‘라보엠’은 30~40대 배우들로 구성했다. ‘마르첼로’를 노래하는 20대 김태한(바리톤)이 연령대를 조금 더 내렸다는 후문이다. 30대 배우들은 서로 “내 나이가 많은 편”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라보엠’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실력파들이 꾸미는 무대이니만큼 믿고 보는 공연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특히 이번 프로덕션의 막내인 김태한은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한 성악가로, 한 번 더 기대를 북돋우고 있다.

박 단장은 “K-오페라, 멀지 않았다. 세계적인 국제콩쿠르 등 우리나라 성악가들의 자질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훌륭하다”며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유명한 성악가들의 활동 기회가 늘어난다면 관객층도 젊어지고 극장을 찾는 분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페라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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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음악감독 겸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과 엄숙정 연출이 7일 오페라 ‘라보엠’ 제작발표회에서 작품 구성과 캐스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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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Young)’해진 K-오페라…관객 유치 작전 펼친다

오페라는 고급문화로 꼽힌다. 하지만 마니아가 아니라면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분야다. 100여 년 전 인물들의 삶은 그저 고전 동화처럼 느껴진다. 몇 옥타브씩 올라갔다 내려오는 발성에, 외국어까지 섞여 정확한 의미 전달도 쉽지 않다. 대충 감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까이하기엔 먼 그대’ 같다.

넘어야 할 감각의 벽이 높아서일까. 성악 전공자들이 뮤지컬 업계로 전환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김소현, 손준호, 신영숙, 이지혜, 최재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본기 탄탄한 보이스, 압도적인 성량과 울림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대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성악 무대는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 그대로’라는 분위기다. 이러다가는 젊은 인재들이 뮤지컬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래서 ‘라보엠’의 어깨가 무겁다. 젊은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오르기에 한편으로는 오페라만의 매력을 한껏 발휘할 기회다. 이를 통해 ‘오덕(오페라 덕후)’들도 끌어모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로돌포’ 역 김정훈(테너)은 “‘라보엠’은 친구처럼 현실에 있을 법한 젊은 예술가의 스토리”라며 친근함을 더했다.

박 단장은 “오페라가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관객들은 정체돼 있고, 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우리 역시 성악가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라보엠’은 오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미미’ 역 서선영황수미(이상 소프라노), ‘로돌포’ 역 문세훈김정훈(테너)이 선두지휘한다. ‘무제타’ 역 김유미장은수(이상 소프라노), ‘마르첼로’ 역 이승왕김태한(바리톤) 등이 연기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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