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연합, 임시 주총 소집 요구…'리스크' 산적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꺼낸 유상증자 카드가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최 회장이 지난달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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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꺼낸 유상증자 카드가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분율에서 뒤지고 있는 구도를 타개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돌파구 마련에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또는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등에 해당한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8일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공시한 뒤 같은 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 기업심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 차이점 등에 기재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신고는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은 향후 3개월 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다. 지분율에서 영풍·MBK 연합에게 밀린 최 회장 측으로서는 유상증자 카드가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된 셈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1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 이득홍 전 서울고검 검사장 등 1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최 회장 경영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해 집행임원제도 추진하고 있다. 집행임원제는 상법상 대표이사에 갈음하는 기구를 설치해 업무 집행과 회사대표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상법상 주주는 임시 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소집할 수 있다.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절차적 영역이다. 지난 5월 법원은 서린상사 주총 소집도 허가했다.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공공도서관 부지에서 열린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에 참석해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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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기일과 최종 판단 일정을 고려하면 법원은 다음 달 말 또는 내년 초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국민연금 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상태다. 지난 6일 ㈜한화 주식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전량 매각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쓸 수 있고,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 등의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흔들렸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한화의 지분 매각과 해외 자회사 대여금의 조기 상환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근로자 사망사고로 경영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속 경영의 기본인 '안전 보건'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영풍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초기인 지난 9월 박영민·배상윤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경영협력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며 비판한 바 있다. 경영협력계약 이사회 의사록을 공개하라는 가처분도 냈다.
하지만 고려아연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11일 계열사 케이지그린텍 소속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가 최근 숨진 일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현장 조사를 벌이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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