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한 직원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전한 말은 중국제에 장악당한 일본 TV시장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성능에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가전왕국 일본’의 위상 추락이 TV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일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한 일본 소비자가 텔레비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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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닛케이가 시장조사기관 BCN과 함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 TV 시장 중국제 점유율은 49.9%에 달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도시바 브랜드 ‘레그자’를 인수한 하이센스가 40.4%로 압도적 1위고, 중국 TV 대기업 TCL이 9.5%를 차지했다. 일본 브랜드인 소니와 파나소닉은 각각 9.7%, 9.0%에 불과했다. 월별로는 7월 이후 중국제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일본 TV의 추락이 보다 선명해진다. 2013년 일본 제품 점유율은 83.5%로 압도적이었으나 2017년 49.3%로 줄었고, 2022년에는 25.9%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중국 제품은 2.9%, 8.1%, 44.8%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제품의 약진 배경에는 성능, 저렴한 가격의 양립 전략이 있다. 닛케이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게 일반화되면서 큰 화면이나 화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이전에 비해 옅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제는 대량생산에 따른 비용 절감에 성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비슷한 사양의 일본 제품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일본 기업 인수 등으로 성능 면에서도 일본 제품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닛케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정에서의 영상 시청 수요가 늘었고, 이런 수요에 대응한 것이 염가제품에 강점을 가진 TCL 등 중국 기업이었다”고 짚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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