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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참여율 70% 이상… "의료 무한경쟁 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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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병원서 병상 1,861개 줄어
47곳 모두 참여 시 3,500개 감축
중증 수술 수가·입원료 대폭 인상
전문의 구인 경쟁 등 부작용 우려
한국일보

의정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달 2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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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소질환 진료 중심 구조로 개편하는 의료 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3주 사이 참여 기관으로 선정됐거나 신청서를 낸 곳을 모두 합치면 전체 상급종합병원(47개)의 70%가 넘는다. 필수의료 보상 강화가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했다. 의료계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라는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 전문의 구인 경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주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13개 병원이 새로 합류한다. 앞서 지난달 말 1차로 선정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안산·구로병원 등 8곳과 2차로 추가된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길병원 등 10곳까지 포함해 3주 만에 참여 병원이 31개로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청을 한 곳까지 더하면 참여율이 70%가 넘는다"며 "연말까지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조전환에 나서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진료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일반 병상을 5~15% 감축해야 한다. 현재까지 18개 병원에서 줄어드는 병상은 1,861개다. 세브란스병원(일반 병상 1,823개)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참여할 경우 일반 병상 감축 규모는 3,5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병상이 줄어도 중환자실 병상, 특수 병상, 소아·고위험분만·응급 병상은 유지돼 중증 환자 진료 역량이 약화되지는 않는다.

수도권 A대학병원 원장은 "그동안 대형 병원들이 병상을 계속 늘리면서 비중증 환자까지 불필요하게 입원시키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병상 수를 규제해 병원들의 무한 경쟁에 제동을 걸고 상생하는 구조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9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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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증 암수술, 심장수술, 뇌혈관수술 등 910개 중증 수술 수가와 마취료를 50% 인상하고, 중환자실 수가와 2~4인실 입원료는 현행의 50% 수준인 일당 30만 원과 7만5,000원을 각각 가산하는 등 보상을 대폭 강화했다. 병원이 중증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경증 환자를 2차 병원으로 전원하는 등 진료 협력 체계를 잘 운영해도 보상을 받는다.

B대학병원 원장은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일반 병실이 줄어도 수가 인상과 인센티브 덕분에 병원 경영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지원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병원들이 그간 적자를 봤던 중환자실, 응급실에 투자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인력 부족 탓에 병원 간 구인 경쟁이 가열되면서 인건비 상승 같은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의사 업무 일부를 맡는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맹활약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의사 인력은 더 많이 필요해진다.

서울 C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없이 중증 환자 진료 비중을 높이려면 전문의를 추가 채용해야 한다"며 "급여를 더 많이 주는 수도권 병원으로 전문의들이 이동하면 지역 의료 공백 등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을 위한 별도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A대학병원 원장은 "상급종합병원보다 병상은 적으나 중증 환자 진료, 전공의 수련, 교육 연구 등 사실상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는 수련병원이 많은데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며 "사업 대상 기관은 아니지만 대학병원 역할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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