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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반도체 美공장 늦추고 전기차도 감속…韓기업 전략수정 불가피 [다시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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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미국의 선택 ◆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방한 당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트럼프 전 대통령, 제임스 김 암참 회장, 허영인 SPC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준 농심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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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의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대미 사업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맞췄던 미국 수출과 대미 투자계획이 180도 바뀔 전망이 높아지면서다. 반도체·자동차 같은 산업 분야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칩스법과 IRA를 폐기 혹은 수정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향후 정책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칩스법 지원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철회할 수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섣불리 대규모로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170억달러를 투자해 4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바이든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건설 단계별로 총 64억달러 보조금을 받기로 약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지원금 지급 불확실성 여파로 양산 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면제되지만 트럼프 2기에선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 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301조를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지원법 입안 시기가 트럼프 1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전략상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반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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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한다는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해 시험 가동을 막 시작한 상태지만, 계획대로 전기차를 생산하기보다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한 다른 차종을 생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미국 내 공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장의 생산계획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용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은 지난달부터 조지아에서 전기차 전용 강판 가공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공장 생산거점을 구축한 데 따른 것이다. 조지아 공장 보조금도 지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관세 부과 정책도 큰 리스크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 명목으로 한국을 보편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보편관세 부과에 대응할 수단도 마땅하지 않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미국 외 공장에서 만드는 물량은 관세를 피해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IRA 세부 조항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향방이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 미국 켄터키·테네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인 SK온은 AMPC 규모가 축소될 경우 내년에도 흑자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보조금 예산 제한 같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온의 북미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SK온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에도 IRA 자체가 폐기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국 내 투자와 현지 캐파를 강화해 중국산 배터리 대비 우위를 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2기에서 '중국 때리기' 기조가 강화된다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 조형진 커니코리아 전략그룹 리더는 "트럼프 2기는 지난 트럼프 정권과 조금 다르다"며 "IRA 등을 과격하게 중단시키거나 하지 않아 생각보다 극단적인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가 불러올 국제적 안보 상황은 우리 방위산업체에 수출 시장 확대라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목도 중인 유럽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나설 경우 'K방산' 수요가 현재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려면 향후 최대 5000억달러의 국방비 순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6일 한국무역협회는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심화로 중국 상품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며 "보편관세 조치의 경우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만큼,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그 부정적 영향은 업종에 따라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덕 기자 / 조윤희 기자 / 김동은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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