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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대선 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연단에 올라 춤추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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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아파트 임대업을 하던 때, 흑인 세입자에게 임대를 거부한 혐의로 정부로부터 고소되자 합의를 종용하는 다른 변호사와 달리 거물 변호사 로이 마커스 콘은 "1억 달러 반소로 역공하라"고 부추긴다. 그러면서 콘은 “공격하고, 모든 걸 부인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다룬 최근 영화 ‘어프렌티스(견습생)’에 나오는 내용이다.
□ 콘의 사촌으로 보스턴글로브 기자 출신의 데이비드 마커스는 한 인터넷 매체 기고에서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인 영화라면서 이 3가지 가르침을 콘의 황금률, '로이 주의'라고 불렀다. 콘은 20세에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신동으로 뉴욕 검사 시절 논란이 많았던 1950년대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을 맡아 사형에 처했고 매카시즘 광풍을 일으킨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을 지냈으며 '악마의 변호사'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다.
□ 트럼프의 전매특허인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 허위주장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공격적 성향, 막무가내 패배 불인정 또한 콘의 조언을 따랐다 해도 무방하다. 그는 2020년 대선 등과 관련해 선거결과 뒤집기 압력 등 4개 사건 91개 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를 주장했고, 사악한 정치보복으로 되받았다. 4년 만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부활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혼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이전처럼 투표 직전까지 패배 불복을 되풀이했다.
□ 트럼프는 지난 3월 "낙선하면 나라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해 파문을 일으키더니 투표를 이틀 앞둔 3일 “민주당이 또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했다. 시민권 없는 이주민의 대거 투표 등 트럼프가 제기할 선거부정 13가지를 소개하면서 허황된 주장이라는 팩트체크 결과를 내놨던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언론의 날 선 비판에도 선거 사기를 줄기차게 외친 '견습생'의 백악관 재입성이 코앞이다. 이는 '로이 주의'의 승리이기도 하다. 대통령직을 거머쥔 것은 물론 기소 대부분이 무산될 공산이 크다. 허위와 진실 가리기가 권력과 선동 앞에 무의미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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