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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현직 형사에 '투자하면 고수익' 전화했다가…사기조직 80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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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5월 7일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경찰관들이 비트코인 채굴기 투자사기 조직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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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에게 전화로 투자 권유를 받은 경찰관이 사기임을 직감하고 수사에 나서면서 범행에 사용한 대포 유심칩 및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유통 경로까지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16명을 적발해 총책 A씨 등 9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또 이 사기 조직에 외국인 명의의 대포 유심을 전달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유통책 31명을 붙잡아 B씨 등 4명을 구속했다. 이들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C씨 등 유통책 33명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기 조직 총책 A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유통책에게서 받은 개인정보 DB 속 연락처로 전화해 “비트코인 채굴기를 임대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50여 명에게 250차례에 걸쳐 2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 대포유심 전달책은 별정 통신사 대리점 6곳에서 브로커로부터 미리 입수한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수개월 동안 외국인 명의 대포 유심 1980개를 개통한 후 A씨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C씨 등 개인정보 유통책이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음성광고를 발송하거나, 전화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직장·4대 보험가입 여부, 대출·재산 상황 등을 알아낸 뒤 5000여 명의 개인정보를 건당 1만원에 유통한 것을 확인하고 이들도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비트코인 채굴기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라고 속이고 “투자금을 예치할 경우 일정 기간 이후 반환해주고 매일 1% 상당의 수익을 보장한다. 즉시 출금도 가능하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주식투자나 주식 리딩업체 가입비 등으로 손실을 본 금액을 보전해준다”며 위조된 손실보전 확인서를 보여주고, 가짜 신분증 등을 전송해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무료 체험 수익’이라며 매일 1만원씩 3∼4일에 걸쳐 송금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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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기 투자사기 조직도. 경기남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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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2개월간 매일 투자금의 1% 정도를 수익금으로 지급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잠적하기 2∼3주일 전부터는 “기존 수익금의 10배 수익을 보장한다”며 고액 투자를 유도하고 거액이 입금되면 연락을 끊는 수법으로 투자금을 가로챘다.

피해자 연령대는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했다. 그중 60~70%는 50대 이상으로 은퇴 후 노후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3억원까지 피해를 봤다고 한다.



치밀하게 범행 준비했지만…통화한 경찰관 직감에 적발



이들은 수사 기관 등에 적발될 것을 우려해 2~3개월 단위로 사무실을 옮기고, 허위 투자 사이트를 새로 개설하면서 새로운 대포폰·계좌와 가명·회사명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코인 채굴기 임대에 투자하라”는 전화를 수차례 받은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수사관의 직감으로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금융범죄를 비롯한 악성 사기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해당 경찰에겐 이들의 통하지 않았다. 이 경찰은 투자할 것처럼 이들과 수일간 통화를 지속하며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취득한 뒤 상부에 보고했고,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이들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사기 조직 및 개인정보 불법유통 사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투자금 없이 체험만으로도 수익금을 주겠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는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출처가 불분명한 번호로 전화가 오면 사기나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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