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일 동영상 연설을 통해 북한군과 첫 교전이 있었다고 발언하고 있다. 텔레그램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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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 사망설 등 각종 첩보 난무
최근 우크라이나는 정부 차원 뿐 아니라 친(親) 우크라이나 성향 비정부기구(NGO),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병 북한군과 관련한 각종 정보, 사진,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친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엑사일노바 플러스'(Exilenova+)는 지난달 31일 피투성이가 돼 붕대로 얼굴을 감싼 동양계로 보이는 남성이 "저희 인원이 40명이었는데 제 친구인 혁철이와 경환이를 비롯하여 모두 전사했다"고 말하는 2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같은 북한군 40명 사망설에 대해 한국 국정원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된 북한군 추정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영상. 사진 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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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우크라이나 NGO인 ‘블루/옐로’도 지난달 25일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 40명 중 한 명을 빼고 모두 전사했다"고 발표했고, 지난 3일에는 사망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 사진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텔레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는 북한군의 식량이라는 '누렁이 개고기'라고 적힌 통조림(북한에선 '단고기'로 표현), 북한군이라면서 중국어로 말하는 남성의 영상, 사제 복제품으로 보이는데도 북한군이 사용하는 장비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 등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한·미를 비롯한 서방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정보 '물량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해석한다. 유사입장국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첩보도 일단은 노출하는 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교전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강조해 전선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군 사기를 꺾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한 텔레그램 채널이 북한군에 지급된 것이라며 공개한 사진. 군사 전문가는 진짜가 아닌 복제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 텔레그램, R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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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침묵…'신중 모드'
이는 이달 들어 한국 국정원이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과 대비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8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확인하며 이례적으로 9장짜리 보도 자료와 2장짜리 참고 자료를 냈다.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파병됐다는 사실은 물론 북한군 개인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이른바 ‘전략적 기밀 해제’ 기법을 구사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군사 용어 교육을 받고 있으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북한 내부에선 파병 소식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 보안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추가로 보고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최근 며칠 사이 쏟아지는 북한군 교전이나 사상자 발생 보도에 대해선 대부분 '언론 대응 지침'(PG·press guidance)도 내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군의 전선 배치까지는 공식 확인했지만, 교전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각) 미 고위 당국자가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언제 일어났는지 확실치 않지만, 상당한 수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러·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왼쪽 사진)을 확보했다며 18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해당 북한군 추정 인물 사진에 자체 AI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한 결과, 이 인물은 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 미사일 생산공장 방문 당시 수행한 미사일 기술자(오른쪽 사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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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밀 크로스 체크…대응책 마련 부심
한·미가 공세적인 우크라이나의 정보전에 좀처럼 장단을 맞추지 않는 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소스를 통해 접수하는 방대한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이를 사실로 공식화하는 순간 대응책도 함께 꺼내야 하는 정치적인 부담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되는 건 파병 국면에서도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상황 변경이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단계별 조치'는 '칼집' 안에 있을 때 더 큰 억지력을 갖는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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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의 정보전에 한국이 섣불리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젤렌스키 입장에선 미국과 나토를 제외하고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심리전을 펼쳐서 한국의 조기 지원을 유도하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너무 빨리, 너무 깊이 휘말리는 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북한군의 교전설이 사실이더라도 한국은 추가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에도 "교전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군의 교전 정보는 군사적으로 크게 의미가 없다"며 "만약 북한 폭풍군단이나 정찰총국 소속 정찰군이 러시아 특수부대와 함께 우크라이나 후방으로 침투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그때서야 그들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며 유의미한 군사적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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