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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홍위병에 쫓겼던 덩샤오핑·시진핑…지도자 되고선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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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중국 세대 관찰기…신간 '젊은 인민의 초상'

연합뉴스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덩샤오핑(鄧小平)은 한때 마오쩌둥(毛澤東)의 자리를 승계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는 겸손하고, 직설적이며 실용적인 태도로 당을 이끌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이 잘 나가던 그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그는 문화대혁명 기간 여러 차례 숙청을 당하며 밑바닥을 전전했다. 수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덩샤오핑의 외아들은 홍위병에게 쫓기다 고층 건물 창문에서 떨어져 불구가 됐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덩샤오핑은 마침내 최고 지도자인 주석의 자리에 오르며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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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현(現) 주석도 덩샤오핑처럼 문화대혁명 기간에 갖은 고초를 겪었다. 덩샤오핑의 동료였던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숙청 이후 지속해 구타당했다. 시진핑은 열세 살의 나이에 베이징의 폭도들로부터 반혁명 분자라고 비난받았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도 강제로 이 비난에 동참했다. 시진핑의 누이 중 한명은 홍위병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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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의 상징 상하이
[EPA=연합뉴스]


덩샤오핑과 시진핑 모두 문화대혁명의 희생자였다. 홍위병의 행위는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을 통해 한 사람이 과도한 권력을 갖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다. 그는 주석이 된 후 지방의 지도자와 인민들에게 마오쩌둥 치하에서 절대로 누려보지 못한 자율권을 줬다.

반면 시진핑은 덩샤오핑과 다른 길을 걸었다. 길거리 시위와 조직된 단체를 두려워하게 된 그는 권력은 나눠주는 게 아니라 독점해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진핑은 일사불란한 권력 시스템을 조직하고 재빨리 그 뒤로 숨어버렸다. 덩샤오핑이나 마오쩌둥처럼 인민 곁으로 다가가는 대신, 그는 거리를 유지한 채 관료주의를 통해 인민을 다스렸다. 요컨대 그는 "시스템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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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인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간 '젊은 인민의 초상'(글항아리)에서 저자 피터 헤슬러가 덩샤오핑과 시진핑의 차이를 분석한 내용이다. 책은 중국의 1990년대 학번과 2020년대 학번의 차이를 조명한 논픽션이다. 기자 출신으로 중국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저자가 개혁개방 세대와 시진핑 시대의 젊은이들을 관찰해 두 세대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주의를 체험하면서 자란 90년대 학번은 덩샤오핑이 그랬듯, 대체로 도전적인 태도로 삶을 살았다. 가난하고, 배운 것도 부족했지만 시련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할 줄 알았다. 비록 대학을 나오지 못해도 도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 사람 가운데 큰 부를 거머쥔 이들이 많이 나왔다. 수많은 젊은이가 성공을 찾아 집을 나섰다. 왕귀전의 시(詩) '열애생명'(熱愛生命)은 1990년대 학번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공할 수 있을까는 생각지 않아 / 기왕 먼 곳을 선택한 이상 / 그저 비바람을 헤치고 다닐 뿐"

연합뉴스

책 표지 이미지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반면 시진핑 집권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2020년대 학번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그들의 선배와는 달리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은 도전보다는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길 바랐다. 대체로 외동아이로 자라 '소황제' 취급받으며 큰 2020년대 학번은 시진핑처럼 시스템 안으로 숨어버렸다. 그런 그들에게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저자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들이 시스템을 바꿀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저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박경환·윤영수 옮김. 60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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