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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화)

[데스크의 눈]성공한 기업은 이렇게 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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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피용익 디지털콘텐츠 에디터] “소니가 스마트폰을 만들어요?”

최근 소니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구입하자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묻는다. 심지어 소니가 아직도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20세기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주름잡던 혁신 기업 소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현재 인식이 이렇다.

한때 소니는 ‘가전 왕국’으로 불렸다. 포켓용 트랜지스터 라디오, 트랜지스터 흑백 TV,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컴팩트 디스크(CD) 플레이어, 캠코더 등은 모두 소니가 최초로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제품들이다. 지금 중년쯤 된 사람들은 어린 시절 소니 제품을 선망하고 동경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소니의 경영 방식을 배우려고 애썼다.

그러나 트리니트론(TV), 워크맨(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핸디캠(캠코더) 같은 소니의 혁신 제품들은 이제 추억 속의 물건들일 뿐이다. 알파(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 엑스페리아(스마트폰), 헤드폰 등이 소니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과거의 혁신 기업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기업 전문가들은 소니가 몰락한 근본적인 원인이 혁신의 실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제품을 개발하던 소니는 어느 순간 일등 기업이라는 위치에 안주했다. 미국 표준과 다른 방식의 TV를 만들자던,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세상을 꿈꾸던, 소니의 도전과 모험은 여기서 멈췄다. 또한, 자사의 기술력을 맹신한 나머지 새로운 기술과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사이 애플이 혁신을 거듭했고,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키웠다. 소니의 영화(榮華)는 사라졌다.

이렇게 무너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모토로라를 제치고 휴대전화 업계 일등에 올랐던 노키아는 피처폰 시장 성공에 안주하다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블록버스터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자신하며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지 않아 몰락했고, 코닥은 필름 시장 점유율에 자만하며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대비하지 않아 파산했다.

최근 인텔의 몰락 과정도 비슷하다. 오랜 세월 반도체 업계 황제로 군림하던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데 이어 인공지능(AI) 트렌드를 놓치면서 한순간에 추락했다. 퍼스널 컴퓨터(PC) 시장에 안주하고, 중앙처리장치(CPU) 일등에 자만한 탓이 크다.

조직 이론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카고노 타다오 일본 고베대학 명예교수는 “기업의 발전 과정은 관성과의 투쟁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기업의 몰락은 성공으로부터 생겨나는 자만심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두 경영 격언은 일맥상통한다. 소니, 노키아, 블록버스터, 코닥, 인텔, 모두 관성을 깨지 못하고 성공에 자만한 순간 무너졌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위기론이 비등하다. 초격차를 자랑하던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일등 기업이 위태로워진 이유도 앞서 언급한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관성을 깨고 혁신에 나설 기회로 삼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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