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번번이 자화자찬 회견으로 역풍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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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민에게 매 맞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7일 회견을 앞둔 국민의 심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일 것이다. 대통령실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드릴 것”이라니 일단 주목은 하지만, 과거에 윤 대통령의 회견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2대 총선 직전에 있었던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올해 4월 1일)다. 당시 여당은 의료대란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윤 대통령이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유연하게 조정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윤 대통령은 “2000명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증원을 결정했다”고 못 박았다. 의료계를 향해 “더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이긴 했으나, 회견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이 조금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발간된 국민의힘 총선백서는 “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절망이 팽배했고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그 어떤 선거운동도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기술했다.
취임 2주년 회견(올해 5월 9일)은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조금도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아 야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8월 29일 국정브리핑 때도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된다”며 자화자찬에 치중했을 뿐 반성과 성찰은 거의 없었다. 당시 ‘김 여사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저도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해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한 일이 있다”며 감싸기로 일관했다.
7일 회견도 이런 식이라면 정권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회견 때 참모들이 사전에 준비한 ‘국정 성과’ 소개 같은 건 전부 빼버리고 작금의 정국 혼란을 야기한 ‘명태균 사태’와 자기 성찰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게 좋겠다. 명태균씨와 김 여사 문제에 관한 한 윤 대통령은 무조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꾸 토를 달거나 물을 타려 하면 오히려 역풍만 맞을 뿐이다. 명씨 사건의 진상도 숨김없이 공개하고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과 대통령실의 ‘여사 라인’ 정리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나아가 내각의 인적 쇄신을 통한 국정 기조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또 회견에 앞서 윤 대통령이 용산 밖의 민심을 청취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늘 ‘별문제 없다’는 보고만 올리는 참모들보다 시중의 생생한 쓴소리가 대통령에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엔 진정 국민에게 매를 맞겠다는 각오로 회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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